아빠를 찾아요, 10년전 필리핀 엄마 두고 떠난 (14)
'만약 당신이 아래 사진의 코피노(Kopino·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아빠를 알고 있다면? 연락 부탁 드립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인터넷 사이트 '코피노 아이들이 아빠를 찾습니다'의 첫 화면에 걸려 있는 글이다. 이 사이트는 한국 남성들이 필리핀 여성, 그 아이들과 함께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그 남성들의 실명이 공개돼 있음은 물론이다. 모두 코피노 아빠들인데, 필리핀 여성과 교제해 아이를 낳은 뒤 '나 몰라라' 하고 한국에 돌아가 연락이 두절된 사람들이라는 게 이 사이트 운영자 구본창씨의 주장이다. 구씨는 필리핀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다가 아이를 버린 코피노 아빠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3년 전부터 이 사이트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필리핀 여성들이 가진 아빠의 사진과 이름, 거주지 정보 등을 올리고 본인 또는 지인을 통해서라도 아이 엄마에게 연락이 닿은 경우엔 사진과 정보 등을 삭제해주는 식으로 운영된다. 지금까지 구씨의 사이트에 올라온 코피노 아빠는 총 66명. 이 중 40명은 사이트를 통해 아이 엄마에게 연락을 해왔고, 대부분은 양육비 지급 등을 합의했다고 한다. 국내외에서는 구씨의 사이트가 코피노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 현지에 설립된 아동 구호 단체 '코피노어린이재단'에 따르면 필리핀의 코피노는 2만~3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 대부분은 아빠 얼굴도 모르고 자란다는 것이 재단 측의 설명이다. 필리핀을 찾는 한국 관광객은 작년 160만명으로 필리핀 전체 관광객 중 가장 비중(24.7%)이 크고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코피노 문제도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관광뿐 아니라 사업이나 어학연수로 필리핀을 찾는 사람도 증가세다. 필리핀이 영어권 문화인데 체류 비용이 싸고, 한국과 무역 중개업 규모도 커서 장기 체류하는 한국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 엄마들이 코피노 아빠들에게 친자 확인 소송이나 양육비 소송을 거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2년 국내 법원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인된 경우 코피노와 해당 남성의 부모 자식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활로가 뚫렸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 법원에서 코피노 관련 소송은 60건 정도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피노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사이트에 얼굴을 올리거나 소송보다 코피노 아빠들이 자신의 아이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