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7)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필리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상당 부분 닮았다. 동갑(1917년생)이며 1960년대에 대통령이 됐고, 두 번째 임기까지는 비교적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다가 종신 집권에 대한 욕심이 생겨 1972년 박 전 대통령은 유신헌법을 만들었고, 마르코스는 독재를 위한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후 정적들에 대한 심한 탄압과 인권유린 등을 한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사후에 받는 평가는 엄청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은 국가 부흥의 상징적 인물로 부각돼 전 세계 지도자들의 칭송을 받는 반면 마르코스는 부패의 상징처럼 돼 있다.
이런 까닭에 박 전 대통령 생가에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딸도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이에 비해 마르코스는 민주화 시위로 1986년 오늘 하와이로 망명길에 올랐다가 3년 뒤 숨졌다. 현재 하원의원인 그의 부인(아멜다)과 일부 지지자들은 그를 국립묘지에 안장하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하고 있지만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불허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군사 계엄 시절 희생된 많은 피해자가 있고 그들은 아직도 국가로부터 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내가 지켜보는 동안 국립묘지 안장은 안 된다”고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