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시가 떠올라, 윤동주님의 서시와 이해인님의 연시 몇편을 읽고,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이해인님의 시 한편을 번역해보고 나니 마침 시를 한편 쓰고 싶어지네요. 관광지를 검색하다 찾은 앙헬레스 어느 골프장 사진에서 눈부시게 화창한 날씨에 잔디 위에 수북히 떨어진 낙엽들을 보고 어서 필리핀으로 떠나서 제2의 인생을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 호구가 되어서 쫄딱 망하더라도 뜨겁게 다시 한번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중년의 가슴으로 한편 써 봅니다. 원래 영어로 먼저 썼는데 포인트 테러 때문에 자게에는 못올리다가, 다시 생각 난 김에 한글로도 써 봅니다. 운이 좋다면 잠깐 레벨2를 유지하면서 올려 볼 수 있겠죠. 하지만 답글은 달기 힘들겠네요. ---------------------- 낙엽 내 기억의 시작은 부드러운 아침 산들바람과 따스한 햇빛이었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나는 나뭇가지의 보살핌 속에 자라나서 뜨거운 그 한여름 내내 땀흘려 일했네. 하지만 세찬 바람이 불던 어느날, 나는 나뭇가지에서 땅으로 떨어져 내렸네. 하늘은 너무나 화창하고, 나무들은 아직도 너무나 선명한 초록인데, 나는 왜 다른 낙엽들과 함께 갈색으로 시들어, 어느 정원사의 갈퀴에 휩쓸려 가는지. 정원사는 주머니에서 소주 한병을 꺼냈네. 그 투명한 아름다움, 아침 이슬같은 영롱함. 그는 한모금 마시고 나서, 침침한 수렁으로 몰아진 우리에게도 한모금을 건넸네. 그 향기, 몽롱함,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지. 그리고 당겨진 불꽃, 솟아오르는 불길. 나는 다시 살아났네, 춤추며, 포효하며, 타오르며, 고통, 그리고 환희. 정원사는 눈물 한방울을 남긴 채 돌아서고, 그리고 찾아오는 안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