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소맥(소주+맥주)' 잘 말아요. 한국 드라마는 필리핀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죠. 한국 관광객은 필리핀에서 해외 여행객 중 가장 큰 시장입니다. 한국은 필리핀에 있어 가장 중요한 나라 중 한 곳이죠." 마리아 테레사 디존-데베가 주한 필리핀 대사를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필리핀대사관에서 만났다. 지난달 한국에 새로 부임한 디존-데베가 대사는 "이런 시기 한국에 와서 굉장히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전에는 독일에서 대사를 했어요. 다시 아시아로 오니 기쁘네요. 단계적 일상 회복 시기를 맞아 좀더 적극적으로 필리핀과 한국의 관계를 긴밀히 하려고 해요. 한국과 필리핀은 한국전쟁 시기부터 지금까지 긴 역사 동안 함께 해 왔죠." 지난달 15일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징어 게임'을 언급했다. 디존-데베가 대사 역시 필리핀 내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강조했다. "전 한국 영화를 대단히 좋아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구요. 최근 오스카상을 받은 '기생충'도 너무 좋게 봤습니다. 좋아하는 배우는 이병헌입니다. 잘생기고 연기도 잘하죠. 하하. 한국 클래식도 좋아해서 성악가 조수미, 피아니스트 조성진 등의 공연을 챙겨 봤습니다." 특히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는 물론이고 에스파, 잇지, NCT, 엔하이픈 등 새로운 케이팝 그룹들의 인기는 굉장하다"며 "라면, 초코파이, 커피 전문점 문화 등도 필리핀에 속속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 시국이라 한국 이곳저곳을 다녀보진 못했지만 최근 다녀온 곳 중에는 경상북도 영주 국립산림치유원이 인상 깊었다. "숲이 정말 아름답더라구요. 행사가 있어서 다른 나라 대사들과 함께 다녀왔어요. 필리핀도 자연환경이 소중한 나라라 이런 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산림을 어떻게 계속 보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앞으로 가고 싶은 곳으로는 '제주'와 '보성 녹차밭'을 꼽았다. "당연히 제주는 가고 싶고요. 차를 좋아해서 보성 녹차밭도 가고 싶어요. 아직은 사진, 책으로만 접했는데 규모에 놀랐죠. 필리핀은 아직 차 시장이 그리 발달하진 않았어요. 일부 농부들이 작게 하는 정도인데 차보단 커피, 카카오를 많이 재배하죠. 저는 커피보다 차를 좋아하는데 제주, 보성의 녹차밭을 꼭 가보고 싶네요." 단계적 일상 회복 시기를 맞아 전 세계 관광이 기지개를 펴고 있지만 아직 필리핀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언제쯤 필리핀 관광이 가능할까. "정확한 날짜는 줄 수 없지만 '곧'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일단 현지인들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특히 세부, 보라카이 등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들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재 필리핀의 백신 접종률은 24.8% 수준이다. 디존-데베가 대사는 "호텔, 공항 등 여행업계 종사자들의 백신 접종률은 90% 이상"이라며 "다행히 현지 확진자 수는 줄고 있다. 지금은 한국보다도 일일 확진자 수가 적다. 조만간 문을 열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4일까지 온라인 사전 예약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보홀, 팔라완, 보라카이, 세부, 클라크, 마닐라 등 주요 여행지를 대상으로 필리핀 지역으로의 항공이 재개된 시점으로부터 1년간 유효한 상품이다. 예약 취소나 변경에 대한 수수료는 없으며, 필요시 여행에 필요한 비자 발급, 유전자증폭(PCR) 검사 비용을 지원하는 등 혜택을 제공한다. 디존-데베가 대사는 "현재는 내국인들을 대상으로 여행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단계"라며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단계가 됐을 때 국경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닫았던 코로나 기간 동안 국제공항 등 관광 인프라를 재정비했다. 특히 대사는 새 국제공항을 연 곳이라며 루손 지역 남쪽에 자리한 비콜을 추천했다. "지난달 비콜 국제공항이 오픈했어요.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원뿔로 불리는 활화산 마욘산이 있는 곳이죠. 온천에 몸을 담그고, 최고의 전망을 경험하고, 바다와 수상 스포츠도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바다에서 여러 고래상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는데 고래상어와 함께 수영할 수 있다"며 "다이빙, 웨이크보드, 서핑 등 다양한 워터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골프로 유명한 지역인 클라크 등도 최근 공항을 새롭게 재정비해 문을 열었다.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한국어 간판 등을 추가로 설치했죠. 한국 여행객들이 공항을 이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필리핀은 한국인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한편 필리핀은 총 7641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 서태평양에 위치한 동남아시아의 섬나라다. 주요 지역으로는 마닐라, 세부, 보홀, 팔라완, 보라카이, 클라크, 수빅 등이 있다. 연간 열대성 기후를 가지고 있으며 해변, 열대 우림,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화산, 호수 등 다양한 자연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필리핀까지의 비행 시간은 평균 3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이현주 기자([email protected])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0826352?sid=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