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국립대 한국학연구소 배경민 교수 한국 책 번역·소개로 필리핀에 K-문학 불씨 지펴 “한국 문화 이해에 깊이 더하는 한국 문학 인기 지속” 전망 최근 필리핀에서는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POP, K-드라마를 넘어 한국의 책까지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필리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등을 번역한 필리핀국립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배경민 교수를 만나 필리핀에서 K-POP, K-드라마와 함께 한국 문학이 인기를 얻게 된 이유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한국학연구소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목표는 무엇이며, 교수님께서 맡고 계신 역할은 무엇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 한국학연구소에서는 필리핀 내 한국학 학자들의 연구와 교육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진행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사실 동남아시아 여타 국가들에 비해 필리핀에서 한국학은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을 학문적으로 탐구하려는 젊은 학자들이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소는 그런 학자들을 지원하고 연구물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 저는 한국인으로서 한국 대학과 필리핀국립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사이에 다리를 놓고 다방면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Q. 최근 필리핀에서는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특별하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필리핀 학생들이 열광하는 한국 문화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필리핀국립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한 십여 년 전에도 필리핀에서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인기가 높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문화 전반으로 그 관심이 넓어지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유가 케이 팝이나 드라마의 영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의 대중문화가 필리핀 학생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굉장하다고 생각합니다. 필리핀 대중문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 문화만의 신선함과 세련됨, 또 한편으로는 필리핀과 한국 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이 필리핀 분들이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인해 가볍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던 학생들이 한국 대학원에 진학하고 한국어와 관련된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것을 보면 개인적으로 뿌듯함을 느낍니다.” Q. 한국의 음악, 드라마를 넘어 문학 분야까지 필리핀 분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특별히 한국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와 번역을 맡게 되신 동기가 궁금합니다.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는 이미 다수의 한국 문학이 그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왔습니다. 그와 달리 필리핀은 영어가 공용어로 쓰이고 있어서인지 필리핀 내에서는 한국 문학 번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19년 말 필리핀 아동문학 출판사인 아다르나(Adarna)에서 한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해 출판하는 어팝북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했습니다. 그 무렵 출판사로부터 한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해 한국에 관심이 있는 필리핀 젊은이들에게 한국 문화를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첫 번역서인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번역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 필리핀에서 에세이로 시작된 한국 책에 대한 인기가 한국 문학 전반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한국의 베스트셀러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BTS 멤버들이 읽는 것이 노출됨으로 써 필리핀에서도 큰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어팝북에서 출판한 한국 문학은 에세이와 소설집인데요, 필리핀 분들이 영어로 번역된 한국 서적을 접하면서 한국인들의 삶의 모습, 현대 한국 사회 속에서 야기되고 있는 문제들, 서로에서 위안이 되는 메시지 등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고 합니다. 앞으로 필리핀에서 한국 문학이 더 큰 사랑을 받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필리핀 분들에게 한국 문학 번역서를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 콘서트, 북 토크 등의 행사와 필리핀 문인들과의 활발한 교류 등을 통해 다양한 한국 문학에 대한 소개가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면 합니다.” Q. 한국어 교육, 한국 문학 번역 등 한국 문화 전도사로서 필리핀에서 이루고자 하는 또 다른 꿈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필리핀 학생들이 외국어인 한국어를 열정적으로 배우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습니다. 그런 학생들을 볼 때마다 저도 앞으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훌륭한 한국 문학 책을 번역하는 일도 꾸준하게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한국인들에게도 필리핀의 아름다운 문화를 알려 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필리핀 마닐라 = 박남숙 글로벌 리포터 [email protected] ■ 필자 소개 전 방송작가 https://news.ebs.co.kr/ebsnews/allView/60135139/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