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여년 전이였어요. 저는 필리핀에 온 지 얼마 안 되서 영어 학원에 다니고 있었지요. 어느날 학원에서 사귄 친구가 자기가 사는 하숙집에 좋은차 타고 다니는 똑똑한 부자 아저씨가 살고 있다고 자랑했어요. 나도 그 똑똑한 부자 아저씨 보고싶다고 친구한테 말하고 친구 하숙집에 놀러 갔어요. 갔더니 똑똑한 부자 아저씨가 집에 계시더군요. 좋은차도 집앞에 있었어요. 그런데 그 아저씨 행색은 너무 초라했어요. 비쩍 마르고 빈티가 좔좔 흘렀어요. 나는 '아저씨 외모랑 차랑 참 안어울린다' 라고 생각했어요. 아무튼 나랑 친구랑 그리고 똑똑한 부자 아저씨랑 마당에 의자 놓고 셋이 같이 앉아서 화기애애하게 아저씨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었어요. 아저씨가 아는게 많다고 해서요. 내가 전에 살던 하숙집에도 살았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아저씨 이름을 부르면서 어느 건장한 체격의 잘생긴 멋있는 젊은 남자들 두명이 집 마당으로 들어왔어요. 앞에 들어오는 남자가 진짜 멋있었어요. 똑똑한 부자 아저씨는 벌떡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안절부절하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젊은 남자가 "어딜 도망가려고해?" 라고 똑똑한 부자 아저씨한테 엄하게 말하더니, 나와 친구에게 다가와서는 경찰(POLICE) 명함(?) 을 보여주면서 "저희들은 경찰입니다. 저 사람과 할 말이 있으니 잠시 집 안에 들어가 계십시오." 라고 정중하게 부탁하는 거에요. 경찰 아저씨가 너무 신사적이고 멋있어서 저와 친구는 아저씨가 하라는대로 했어요. 그런 후 마당에서는 약간의 소음이 나고 잠시 후에 조용해 졌어요. 나와 친구는 조신하게 집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가보니 아저씨들은 다 사라지고, 마당 바닥에는 핏자국이 여기 저기 있었어요. 다음날 영어 학원에 가서 친구한테서 들었는데, 그 똑똑한 부자 아저씨는 사기꾼이였고, 아저씨 잡으러 온 두명의 남자들은 사기 당한 사람이 고용한 조폭들이였대요. 진짜 경찰들이 아니였어요. 그런데 조폭들이 왜 그렇게 멋있고 신사적인지... 아저씨는 조폭들한테 맞아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하더군요. wife 가 간호하고 있고요. 우리들한테는 싱글이라고 했는데 wife 도 있었더라고요. ㅎㅎ 어린 나이에 그런 일들을 처음 보고 경험해서인지 지금도 그 사기꾼 아저씨랑 조폭 아저씨 얼굴도 다 기억해요. 지금도 다들 필리핀에 살고 계신지.. 혹시 필고에서 활동하고 계신지... 그냥 궁금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