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허하라 얼마 전 선배 법조인이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를 걱정하면서 해결책으로 제시한 말입니다. 자신의 딸이 최근에 손자를 출산하고 맞벌이 부부라서 입주 가사도우미를 고용하였는데 그 비용이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급여도 저렴하고 영어도 가능한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국내 취업이 가능해지면 저출생 문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어린 두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입장에서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제 주위를 보면 출산을 포기하거나 한 자녀 가정이 많고, 두 자녀 이상의 가정을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찾아보았는데, 내용은 대부분 비관적이었습니다. 2021년 국내 총인구가 처음으로 감소하였고,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인구 절벽의 시기가 도래하였습니다. 2022년 기준 가임여성 1명당 출산율은 0.837명이고, 연간 출생아수는 27만 2천337명입니다. 2011년 출생아수가 약 47만 명이었기 때문에 10여 년 동안 출생아수는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약 20년 전인 2001학년도 수능 지원자는 약 87만 명이었는데, 올해 수능 응시생은 50만 명 수준이고, 20년 뒤 수능 지원자는 약 20만 명으로 예상됩니다. 20년 뒤에 현재 대학교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었습니다. 역대 정부도 2006년 이후 2020년까지 380조 2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으며 각종 저출생 대책을 마련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저출생의 원인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젊은이들이 출산을 꺼리기 때문이고, 이유 중 하나는 육아 비용 때문입니다. 양가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부는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그렇지 못한 맞벌이 부부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부부 중 한 명의 월급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출산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부모 중 한 명은 휴직이나 직장 생활을 포기하고 육아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는 여성들의 경력 단절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재벌 회장의 부인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하다가 적발되어 형사처벌을 받은 사건이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가사도우미 비자를 발급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단기방문비자로 일하는 불법체류자이고, 이들을 고용하는 것도 불법입니다. 다만, 중국 동포에게는 방문취업비자가 나오기 때문에 중국 동포를 가사도우미로 고용하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결국 현실적으로 국내에서는 한국인과 중국 동포만 가사도우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도 최근에는 중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어 중국 동포들의 한국 입국이 어려워졌고, 그 때문에 중국 동포 가사도우미의 급여가 상당히 올랐다고 합니다. 저출생은 천문학적인 정부 예산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인데, 외국인 가사도우미 비자 발급은 큰 예산이 들지도 않고 젊은 부부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은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정식으로 비자를 발급해주고 있습니다. 이제 현실을 인정하고 냉정하게 대안을 실행에 옮겨야 할 때입니다. 양승철 변호사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541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