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오기전에 들었던 이야기들 중, 필리핀 업소들은 직원들을 과다하게 고용해서 다들 놀고 있는 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비지니스는 최대한 인건비를 줄이려는게 상식인데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필리핀 인건비가 워낙 싸면 그럴 수 도 있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막상 필리핀에 와보니,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이야기네요. 일단 제 느낌으로는, 음식값이나 제품 가격에 마진이 높은 매장들에만 해당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진에 있는 식당, 고기가 좀 질기기는 하지만 나름 번화가에 분위기 있고, 세명이서 스테이크 썰어도 다합해서 1000페소도 안나오는 곳입니다. 제가 다니는 곳은 대부분 이런 곳이고, 직원이 남아서 놀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식당이 아니라 물건들 파는 곳도 마찬가지 이고요. 그리고 일하는 것들 보면, 제가 보기에는 다른 나라들 못지않게 부지런히 열심히들 일합니다. 무슨 필리핀 사람들 게으르다느니 하는 생각은 전혀 안들더군요. 반면 부자 한국분들이 다니신다는 한우 일인분 2000, 4000 페소짜리 식당이라면, 고객 한명당 남는 마진이 너무 높기 때문에 직원들이 놀더라도 잔뜩 데려다 놓는게 비지니스 운영상 맞는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건 다른 나라들에서도 아주 비싼 가게는 마찬가지가 아닐까합니다. 처음 바기오에 왔을 때는, 이것 저것 집에 필요한 것들 백화점에 있는 하드웨어 가게에서 사곤 했는데, 가격이 너무나도 비싸서 황당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곳에 들어가면 직원들이 남아 돌아서, 아예 한명이 장바구니 들고는 계산 하러 갈 때 까지 따라다녀 주더군요. 무슨 DIY 라고 직접 가구들 만들라면서 20cm x 60cm 톱밥나무 판때기를 하나에 500페소인가 1000페소인가에 팔길래 이건 ㅁㅊㄴ들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제는 저는 그런곳에 안갑니다. 제가 부자 필리피노도 아니고, SM 에이스 하드웨어 가서 500페소 주고 사는 대신 온라인에서 50페소 주고 주문하거나, 급하게 필요하면 동네 철물점이나 쭝산 가서 100페소 주고 삽니다. 대신 쭝산하드웨어에서 사려면 고객들에 비해 직원이 없어서 20분씩 기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100페소 짜리 물건을 500페소 주고 사면 제가 너무 호구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않좋습니다. 물론 이건 제가 서민이라서 그렇고, 부자들은 다르게 생각하시겠죠. 어떤 물건들은 SM 이건, 쭝산이건 오프라인에서는 무조건 비싼 것들도 많습니다. 화장실 샤워용 순간 온수기가 고장나서 하나 사볼까 했더니, 이건 어디를 가도 가장 후진게 7000페소를 넘더군요, 좀 쓸만해 보이면 다들 만 몇천 페소씩 하고요. 그래서 라자다에서 운송료까지 2000페소도 안하는 것 하나 사봤는데, 아주 쓸만하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너무 만족스러워서 나머지 화장실도 다 갈려고 두개 더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