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공품 중 맥주는 그나마 품질이 나쁘지 않아요. 맛이 뛰어난가요?? 아닙니다. 라거맥주는 대량생산하면 원료가 비슷해서 맛이 다 비슷합니다. 100년넘게 만든다고 막 독특하고 맛있어지지 않아요. 지금은 산미겔이 워낙 강력하지만 90년대 초 필리핀 에어라인 소유주 루시오 탄은 압도적 자본력으로 아시아브루어리 공장을 확충하고 비어 나 비어라는 맥주 광고를 엄청나게 때립니다. 산미겔 너 내가 잡는다. 당시 진짜 시골 사리사리까지 비어 나 비어가 공급됩니다. 이러면 7대 3정도로 나눠먹을거 같은데 결국 루시오 탄은 깨갱하고 아사히,하이네켄, 타이거같은 수입맥주 유통업으로 돌아섭니다. 저는 비어나비어 많이 마셨는데 솔직히 산미겔하고 차이 못느꼈어요. 그 추억에 요즘도 가끔 산미겔 편의점에서 사마시는데 확실히 테라보다 맛은 더 뚜렷합니다. 물론 편의점 산미겔은 홍콩생산입니다. 산미겔은 우리나라에 독점판매권자도 두지 않고 직접 판매하지도 않아요. 그냥 우리나라 업자가 사겠다면 공급합니다. 우리가 산미겔이 맛있다고 느끼는건 다 분위기입니다. 마닐라 도착해서 호텔에 짐 풀고 나와서 땀흘리면서 산미겔 마시면 그 기억이 오래가는겁니다. 그때 산미겔 병에 오비맥주 넣어서 줘도 무조건 맛있습니다. 단 필에서 생맥주는 절대 마시지 마세요. 필은 더워서 생맥주 유통이 힘듭니다. 그냥 돈 더주고 쉰 맥주 먹는거예요. 제가 30년간 음주 경험으로 보면 동남아시아에선 절대 생맥주 마시면 안됩니다. 공장에서 나오면서 더워서 다 맛이갑니다. 절대 마시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