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이든 피할 수 없는 상황이든 새롭게 다가오는 인연을 맺을 때는 상대방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려 하지 말고 꼭 도와주어야 할 때는 되받으려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필리핀 체류 초기에 "필고"가 생기기 전 기존 필핀에 체류하는 한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참고가 될 만한 것은 무엇인가 궁금하여 메트로마닐라의 어느 한인 하숙촌에서 얼마간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특별한 정보를 취득했다기 보다는 여러 군상들의 생활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가치는 있었습니다. 좋은 인연 나쁜 인연 모두 훌훌 다 털어버리고 홀가분하게 살려고 외국에 나온 터라 새로운 인연을 맺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피할 수 없는 인연이 다가왔습니다. 이 사람은 한국에서 몸이 아파 큰 수술도 했고 그 후유증으로 정상은 아니었는데 필리피나를 엄청 밝히다가 임질에 독하게 걸리고 약으로 치료하려다가 잘 안되어 목구멍에 하얀 백태까지 보여서 긴급으로 병원에 가야만 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하숙집에서 그와 친해보이는 사람들도 외면하고 혼자서 영어도 안되고 어쩔 줄 몰라하다가 저에게 다가와 병원에 데려다 주기를 간청하므로 피할 수없는 인연이라 생각하고 병원에 데려가 입원시켜주고 며칠후에 데려왔습니다. 두달 정도 지나서 저는 그 하숙촌에 더 머무를 필요를 느끼지 않아 살기에 좀 쾌적한 지방으로 갈 준비를 했습니다. 그 사람에게 나는 곧 여기를 떠날 것이니 건강히 잘 지내라고 말하니 그는 자기를 좀 데려가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심각하게 다가오는 인연을 거부하지 못했습니다. 얘기가 너무 길어 다음에 또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