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살때는 저야 무디기도 하고 남의 신경 안쓰기도 했지만, 와이프는 스트레스를 적지 않게 받고 살았습니다. 길가다 꼴아보는 할망구들도 있고, 들으라고 뒤에서 쑥떡이는 것들도 있고. 몰에 가도 식당에 가도 그랬죠. 꼭 나쁜뜻이 아니라도, 와이프한테 호구 잘 잡았다고 제 뒤에서 엄지 척 들어보이는 넘들도 있었고. 한국에 오니까 너무 좋아요. 다른 것보다도 남들때문에 신경 안쓰이는 게 너무 좋습니다. 길가다 한번 눈 마주 치는 사람은 있어도 계속 쳐다보는 사람, 들리게 쑥덕이는 사람은 여태 못봤습니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가도, 옷을 사러가도 와이프한테 콩글리쉬로 예쁘다면서 친절하게 대해주는 분들만 많았습니다. 제친척과 가족들도 다들 살뜰하게 챙겨주시고. TV에도 나이차 다문화 가정을 좋게 소개하는 방송들이 계속 나와서 사람들 생각이 많이 바뀐건가 싶기도 합니다. 한가지 불편한건 이나이에 집이 없으니 좀 가난해 보이는지 자격지심이 생기긴 합니다. 일 많이 해서 아파트가 비싸면 빌라라도 얼른 집한칸 사야 해요. 뭐 다들 열심히 일하고 사는 분위기니 혼자 유유자적 하기도 그렇고한데 다행히 경기가 좀 풀려서 요새 일은 참 억세게 많이 합니다. 필리핀은 나중에 다시 가겠지만, 와이프가 전문직으로 일하고 나이도 한 30은 넘겨야 남들 신경 덜쓰고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