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미국에 갔을때, 미국에서 좀 오래 살았다 싶은 교포들이 대체로 꼰대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었습니다. 한국은 90년대인데, 40대도 60대도 90년대 마인드로 사는데, 미국에 사는 교포들은 70년대 마인드로들 살고 있는 겁니다. 나중에 딸을 낳고 나서는, 우리 애가 나중에 멕형이든 흑형이든 누구랑 결혼 해도 내가 나설 일은 아니지만, 교포 2세집안 남자만은 도시락 싸들고 말려야 겠구나 생각을 했었죠. 근데 이게 사회학적으로 그렇게 되는게 정상이랍니다. 본 집단에서 떨어져 나온 소집단은, 떨어져 나왔을 당시의 본 집단의 문화를 계속 고수하게 돤다고 합니다. 이 사람들은 70년대 이민왔을 때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겁니다. 그후로 세월이 흘러서, 인생의 우여곡절 끝에 필 와이프를 만나 필리핀에서 2년을 가까이 함께 살면서, 종종 나이차이를 감안하고도 문화적으로 맞지 않는 것을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게 한국과 필리핀 문화의 차이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한 반년을 지내 보니까 그게 아니더군요. 한국의 나이 든 사람들 보기에도 와이프의 사고 방식과 문화는 그냥 한국 젊은 사람들과 같아요. 똑같지는 않고, 한국의 나쁜 부분들은 많이 순화된 한국 젊은이로 치면 아주 괜찮은 젊은이였었던 겁니다. 내가 느꼈던 와이프 와의 문화의 차이는 사실 문화의 차이가 아니고, 세대의 차이도 아니었고, 내 사고방식이 30년전에 미국으로 이민 갔을 때의 사고방식, 1990년대의 한국 가치관에서 그대로 굳어버린, 내가 바로 시대에 뒤떨어진 꼰대가 되어 있었던 것이죠. 이걸 깨닫는데 한국 돌아오고 나서 반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늦지 않게 깨달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조금씩 조금씩 저를 2020년대의 한국 가치관에 맞추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근데 필고 게시판에 보면 저보다도 심한 꼰대들을 종종 봅니다. 아니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인종차별, 성차별적인 발언을 챙피한 줄도 모르고 공개 계시판에 싸지르고 있는 사람들이요. 그러면서 저보고 한국사람 같이 생각을 안한다고 하는데, 한국에 막상 와보니 한국사람들은 저보다 한참 더 앞서 나가 있습디다. 이거 보고 "나?" 하는 분들, 님들이 생각하는 한국은 이미 시대를 한참 앞서나가 있습니다. 인종차별, 성차별 발언들, 폭력적인 발언들, 한국에서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아직 하는 사람들도 챙피해서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합니다. 적어도 그게 쪽팔린 것은 아는 거죠. 남에 나라 와서 살면서 님들도 쪽팔린 줄 좀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