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제가 어릴적에 친구가 사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하숙집에 놀러갔는데 그 집에 어느 똑똑한 (우리가 볼 때는) 아저씨가 살고 있었어요. 집 밖에 주차되어 있는 아저씨 자동차는 외제차인데 크고 좋았어요. (그런데 아저씨는 비쩍 마르고 엄청 빈티나게 생김) 그 날 친구랑 아저씨랑 마당에 앉아서 재미있게 이야기하면서 시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문 밖에서 아저씨 이름을 부르면서 키 크고 건장한 체격의 젊은 남자 두명이 들어왔어요. 그 순간 아저씨는 벌떡 일어나더니 얼굴이 사색이 되서 도망가려고 하는 거에요. 그러자 남자 한 명이 "어딜 도망가려고 해!" 말하면서 아저씨 포위하고, 남자는 나랑 친구한테는 정중하게 POLICE CARD (?) 보여주면서 경찰이니까 집 안에 들어가 있으랬어요. 그래서 친구랑 나는 집 안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밖에서 "퍽~퍽~" 누군가를 때리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 조용해 졌어요. 친구랑 내가 조심히 집 밖으로 나가보니 마당 바닥에는 핏자국이 여기저기 있고 아저씨랑 경찰 아저씨들은 사라지고 없었어요. 다음날 친구한테서 자초지종을 들었는데, 친구 하숙집에 살고 있던 아저씨는 남의 돈 사기쳐서 도망다니는 사기꾼이였고, 돈 사기 당한 사람이 조폭들 고용해서 그 사기꾼 아저씨 찾아내서 조폭들이 그 날 아저씨 잡으러 온 거였어요. 조폭들이 우리들한테는 경찰이라고 사기친 거에요. ㅎㅎ 그런데 그 조폭들 중에 대장같은 한 명은 아주 잘생기고 키 크고 체격도 좋고 멋있어서 친구랑 저는 진짜 경찰(형사)인 줄 알았어요. 사기꾼 아저씨는 조폭들한테 피터지게 얻어맞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했어요. 사기꾼 아저씨가 우리들한테는 싱글이라고 말했는데 필리핀 아내가 있더군요. 아내가 병원에서 간호하고 있다고 했어요. 요즘에도 이런 조폭들 고용해서 한국인 사기꾼들 잡을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