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포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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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을 일으켜 세운 것도 포(砲)였고 몰락시킨 것도 포였다.
프랑스혁명에 참가했던 나폴레옹은 혼란을 틈 타 산업도시인 툴롱을 점령했던 영국군의
축출에 참가하는 데 포병사령관이 부상을 당해 후송되는 바람에 뒤를 이었다.
넉달에 걸쳐 간신히 고지에 포대를 설치한 나폴레옹이 포격을 시작하자 영국군은 퇴각했
고 그는 영웅이 됐다.
그러나 러시아 원정에서 야전포의 절반 이상을 잃은 데다 워털루 전투에서는 영국군의 화
력에 밀리면서 유럽 정복의 야심도 물거품이 됐다.
그 때의 아쉬움 때문인지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는 '포병에 대한 단상'이
란 글도 썼다.
나폴레옹은 대포 명중률을 올리는 데 골몰해 "수학의 발전이 국력에 비례한다"는 말도 남
겼다.
머리 좋고 손 감각이 예민한 한국인들인 만큼 포술의 정확도는 세계최고 수준이다.
포신을 정렬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는 손으로 수평눈금을 맞추는 것으로 0.1㎜의 차이 만
으로도 수백m씩 탄착점이 흔들리게 마련이다.
1980년대 초 서부전선에서 근무했던 기자는 미군들이 우리 군의 포사격을 보고는 혀를 내
두르던 걸 기억한다.
"어떻게 그렇게 빠른 시간에 정확한 탄도 계산을 할 수 있느냐"는 감탄과 "2차대전 때 쓰
던 포로 미군의 최신식 포보다 어떻게 더 정확하게 맞힐 수 있느냐"는 놀라움이었다.
미군은 우리가 세계최초의 다연장 로켓포인 신기전( 神機箭)을 만든 민족인 줄 몰랐을 것
이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연도 포술 때문이었다.
육사 탄도학 교관이었던 박정희의 눈에 어려운 계산을 척척 해내던 와세다대 공대 출신
인 박태준 생도가 눈에 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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