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 입력 2011.01.15 08:43

"절대빈곤층이 전체 국민의 30%나 차지하는 국가 대통령이 1억원이 넘는 '새 장난감'을 구입한 것은 도저히 용납되지 않은 처사다" ABS-CBN 방송과 일간신문 필리핀 데일리 인콰이어 등 현지 언론은 아키노 대통령이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중고 포르쉐를 구입한 것은 국민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하루 1달러 이하 생활비로 근근이 살아가는 국가의 최고 국정지도자로서 적절치 못한 행위라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이번 파문은 아키노가 지난 2년여 동안 이용했던 BMW 승용차를 처분한 돈에다 개인 대출을 더해 450만 페소(10만200달러)로 흰색 중고 2인승 포르쉐를 구입하면서 불거졌다.

특히 그는 구입 다음날에 포르쉐 등 고급 승용차 레이서들의 집합소인 클라크 프리포트(2㎞ 구간)에 차를 몰고 가 전문가로부터 '특별 과외'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언론은 전했다. 이 자리에는 아키노의 친구이자 정치적 동반자인 프란시스 에스꾸에데로 상원의원도 동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언론은 대통령 취임 직후 정부부서에 하달한 지침을 통해 외빈용 등 불요불급한 서비스 목적에 고급차 구입을 금지했으면서 정작 자신은 최고급 차종의 대명사 격인 포르쉐를 구입한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ABS-CBN 방송은 "주행거리가 1만㎞밖에 되지 않은 차를 구입한 데 행복하다"는 아키노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시민단체인 부채해방연합(Freedom from Debt Coalition) 관계자를 인용, "개인 성향으로 이해한다고 해도 많은 빈곤에 허덕이는 많은 국민들 눈에는 사치와 불필요한 데 재산을 허비하는 것으로 밖에 비치지 않을 것"이라는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6월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들 가운데 재산등록 순위에서 밑에서 9번째인 네리 꼴메나레스 하원의원도 "국민들에게는 근검절약을 부르짖어온 대통령으로서는 발음조차 정확하게 하기 힘든 외제 고급 승용차를 구입하지 않음으로써 모범을 보였어야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