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광산업체, 필리핀서 '임금체불'로 제소 당해
 
 
 
 

한국의 한 광산업체가 필리핀 광부 35명과 현지 교민의 임금을 체불해 지난해 9월 필리핀 노동관계위원회(NLRC, National Labor Relations Commission)로부터 '밀린 임금 약 200만 페소(한화 5000여만 원)를 지불하라'는 판결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또한 이 업체의 간부는 필리핀 현지 10대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지난해 5월 해당 여성으로부터 고소까지 당했다. 이 업체는 국내최대 철강기업인 '포스코' 외주업체의 해외법인이다.

 

하지만 이 업체 측은 "필리핀에서는 임금이 하루라도 밀리면 광부들이 일 하러 안 온다"며 "임금이 체불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지 교민이 조직한 것"이라고 임금체불 의혹 등을 부인했다.

 

6개월 소송 끝에 필리핀 NLRC '부당해고·임금체불'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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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과 4월 필리핀 NLRC 다바오 지부 8중재 분과위에 접수된 제소장에 따르면, 필리핀 민다나오섬 다바오 오리엔탈 소재 광산에서 일하던(2009년 7월~10월) 광부 36명이 "한국 광산개발업체인 PMMDI(Philippine Multimining Development Inc)로부터 급여를 받지 못하고 부당해고 당했다"며 해당업체 사장인 서아무개(47)씨와 상무인 박아무개씨를 NLRC에 제소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해당 업체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출근을 저지당했으며, 제소 당시까지도 해고와 관련된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2009년 6월 설립된 PMMDI는 '포스코 외주업체'인 BMS의 필리핀 현지법인으로 광산개발·판매 등 해외자원 개발 사업을 진행해왔다.

1989년 포스코 내 플랜트 전기·계장공사로 영업을 시작한 BMS는 포스코에 전기정비·방재·산업용설비 감시시스템을 납품하는 외주파트너사다. BMS가 지난해 6월 포스코 감사실에 제출한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BMS 관련 POSCO 제보에 대한 답변서'를 보면 이 회사의 간부인 최아무개씨가 PMMDI 지분의 20%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BMS 측 관계자에 따르면, 또 다른 2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서아무개 사장 역시 BMS 최종락 대표이사(현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혐의로 수감 중)의 오랜 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60%의 지분은 이 회사 상무인 박아무개씨의 현지 가족들이 소유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현지법인 설립 시 회사 지분의 60%를 현지인이 소유해야 한다.

 

PMMDI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한국인 교민도 있다. 다바오에서 16년 동안 살면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전아무개(53)씨와 그의 부인 정아무개씨는 2009년 5월부터 약 3개월간 BMS의 해외법인 설립을 도우면서 통역 및 자문, 회계 등을 담당해왔지만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지난해 3월, 전씨는 다른 35명의 광부들과 마찬가지로 PMMDI를 '임금체불'로 제소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6개월간 이어진 조정기간 동안 PMMDI는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변호사를 선임하긴 했지만 수차례에 걸쳐 진술서 제출을 연기했다. 이후 6월에는 다바오 현지 사무실을 정리하고 집기와 장비 등을 모두 챙겨 떠나 '야반도주'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 8월 24일. NLRC는 PMMDI에 약 200만 페소, 한국 돈으로 약 5000만 원을 전씨와 필리핀 광부 35명에게 지불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결정문에는 서아무개 사장 등 피고들이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했다는 내용도 있다. 결정문이 통보(9월 13일) 된 지 10일 이내에 가능한 항소 역시 피고들은 하지 않았다.

해당업체 간부, 10대 미성년자와 "결혼하자"며 성관계 맺어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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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내용은 필리핀 현지신문인 <선스타 다바오>, 교민신문인 <일요신문> 등에도 보도되었다. 노동자들의 승소 소식을 1면에 실은(2010년 10월 18일) <다바오 선스타>는 이 사건과 관련된 최초 보도(2010년 5월 4일)에서 PMMDI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제철회사인 포스코와 연계된 업체'로 소개하고 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주요기업과 관련된 업체가 왜 노동자들에게 급여를 주지 않는지 의문"이라는 한 '피해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당업체 관련 내용이 현지 언론에 '대서특필' 된 것은 지난해 10월이 처음은 아니다. 다바오 현지 신문인 <데일리 미러>(2010년 5월 24일)에는 PMMDI의 간부가 그 해 5월 19일 '아동 성폭행'으로 고소됐다는 내용이 실렸다.

언론보도와 고소장에 따르면, 000씨를 고소한 19세 필리핀 여성은 자신의 나이 17세였던 2008년 당시 000씨가 '결혼하자'며 자신을 유혹해 수차례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병원 진단서, 호텔 출입 기록 등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이듬해 6월 해당 여성의 집을 방문해 부모님을 만나기도 했다는 그는 "한국에 가서 결혼에 필요한 서류를 들고 오겠다"며 떠난 뒤 연락이 끊겼다. 이후 이 여성은 그의 회사 동료로부터 '사실혼 관계의 필리핀 현지 부인과 딸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정식으로 결혼한 부인이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자원개발' 나가 돈 안 주고 도망...현지에 반한 감정만 남을 것"

이러한 소식들이 국내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10월 전아무개씨가 해당내용을 인권단체인 국제민주연대에 제보하면서부터다. 국제민주연대는 다국적기업 감시운동도 함께하고 있다. 2009년 8월 퇴사이후 현재까지 1년 반 넘게 PMMDI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전씨는 지난해 11월에는 아예 한국으로 들어와 국제민주연대·민주노총 등의 단체들과 함께 PMMDI의 '본사'라고 할 수 있는 BMS 측에 "NLRC의 결정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전씨는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항 BMS 본사도 가보고 포스코 본사까지 찾아가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지난해 9월 NLRC 결정문이 나오긴 했지만 이미 다바오 현지 법인 사무실도 없고 장비도 없는 상황에서 체불된 임금을 받아낼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전씨는 또한 "PMMDI는 2009년 7월 필리핀 마티의 시가보이 현장에서 허가 없이 불법으로 채굴을 하다가 경고를 받았고, 이는 제가 이 회사를 그만 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며 "요즘 국내기업들이 해외에 자원개발을 많이 나가는데 마치 무법지대처럼 그 나라 실정법을 어기고 월급을 안 주고 도망가게 되면 현지 업자들이나 광부들에게 얼마나 원성을 받겠나. 결국 현지에 반한감정밖에 안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까지 와서 '분쟁'을 하고 있는 이유와 관련, 전씨는 "너무 억울하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가 PMMDI를 그만둔 이후인 2009년 11월 전씨의 아내는 서아무개 사장에게 폭행을 당했다. 전씨는 당시 받았던 진단서와 경찰신고서류를 기자에게 보여주면서 "(아내에게) 사과하고 치료비용을 보상해 주라는 조정관의 화해조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합의에 실패해 (이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하라는 결정서가 발급되었다"고 전했다.

그 해 12월에는 해당업체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전씨는 "서아무개 사장이 저를 '공금횡령'으로 다바오 지방법원에 고소했지만 결국 '증거 없음'으로 기각이 되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NLRC 판결 이후인 2010년 9월, PMMDI는 전씨 부부를 또 다시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했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전씨는 "필리핀에서 16년 동안 살아왔는데 이번 일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돈 때문이 아니라 제 억울함을 꼭 밝히고 싶다"고 호소했다.

업체측 "전씨가 제출한 서류는 '가짜', 35명 광부도 모두 '조직'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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