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인터넷 채팅으로 마약을 접했다가 중독자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심지어, 마약을 투약하기 위해 성매매까지 나서기도 한다. 

가정주부인 이 모(39) 여인은 지난 2월, 한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필로女 대기"라는 대화방을 개설했다. 

이후 이 씨는 제목을 알아보고 들어온 남성과 간단하게 대화를 나눈 뒤 바로 부산 연제구에 있는 한 모델에서 채팅남을 만나 필로폰을 투약했다. 딱히 수입이 없던 이 씨는 마약값을 성관계로 대신했다. 

결국 이 씨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적발돼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알고 보니 이 씨는 지난해 초반 우연히 채팅방에 들어갔다가 마약판매상에게 걸려들어 필로폰 중독자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우울증을 날려버릴 즉석 만남, 딱 한 칸만"이라는 제목의 채팅방에 들어갔는데, 이는 바로 필로폰 투약을 의미하는 은어였던 것. 

간호사인 박 모(26) 씨는 친구를 만들기 위해 채팅방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마약을 접하게 됐다. 박 씨는 호기심 삼에 마약투약을 시작했고, 불과 한 달 만에 중독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결국 박 씨는 직장도 잃고, 필로폰 투약을 위해 가출까지 일삼자 보다 못한 박 씨의 가족이 경찰에 신고해 입건됐다. 

최근 경찰의 마약투약 단속이 강화되자, 인터넷 채팅방을 통해 "얼음, 작대기, 현재 진행형, (주사기)딱 한 칸만, 필로(폰)여" 등 마약을 지칭하는 은어로 방이 개설돼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주요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모니터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방을 개설한 뒤 사람이 들어오면 순식간에 방 제목을 바꿔버리기 때문에 실체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면서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접하는 등 단순 투약자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마약 판매조직을 적발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터넷 채팅 등 단순 호기심으로 마약에 늪에 빠져들었다가 성매매, 마약운반 등 2차 범행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마약범죄 시민사이버감시단 전경수 단장은 "인터넷을 통해 필로폰뿐 아니라 환각효과가 있는 향정신성 물질도 '물뽕, 얼음, 작대기'와 같은 은어로 은밀히 거래되고 있다"면서 "마약값을 마련하지 못해 마약을 투약한 뒤 돈을 지불하는 대신 성매매를 하거나 마약 운반, 판매상으로부터 위협과 협박에 시달리는 상담 사례가 많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 투약자들은 마약 투약 사실이 알려지면 치료감호나 형사입건 등 처벌을 받을까봐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단체측은 이같은 상담전화가 전국적으로 한 달에 열 건 정도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미뤄 볼 때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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