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부동산 관련 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 10년 전, 제가 부동산을 시작하였던 때에는 마닐라에 한국 사람이 하는 부동산이 두세군데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전문적인 부동산 법인회사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이 되고,

부동산 중개료를 한국처럼 임대인과 임차인 양쪽으로 모두 받고 있었을 때 였습니다

 

당연히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은 부동산 중개료를 한국식으로 내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저는 필리핀에서는 필리핀식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집을 구하는 분들에게는 중개료를 받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을 하고 집을 구해 드렸습니다

 

저희들이 보유하고 있는 집 중에서 고객의 마음에 드는 집이 없으면,

원하는 집을 찾을 때까지 퀘죤에서 알라방까지 종횡무진으로 헤집고 다니면서 기어이 집을 찾아 드리고는 했었습니다

 

지리도 어둡고, 언어도 익숙치 않은 분들을 저희들이 직접 모시고 다니며 원하는 집을 구해드렸을 뿐만 아니라

한국과는 달리 부동산 소개료도 받지 않았으니 얼마나 고마워하시던지..

 

어떤 분은 인삼 무역을 하던 제게 인삼을 선물 해 주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피우지도 않는 담배를, 다른 분은 건강식품이나 다른 선물로... 지금 생각해 보면 선물을 한 30여 종류 쯤은 받았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저희들도 고마와서 전화 신청하는 것, 가스 설치하는 것, 쌀가게, 쇼핑 동행은 물론

헬퍼구하기, 운전기사 구하기 역할까지 다 해드리면서도 서로 고마왔지요

서로가 좋은 이웃이 되었고, 그게 정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집을 구해드려도 별로 고마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들 때문에 집주인에게서 중개료를 받았으니 좀 부려먹어도 되지 않느냐는식 입니다

 

때로는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수도가 고장이 났으니 고쳐달라고 전화해서는

부동산에서 돈 받아 먹었으면 집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말 아이들 말로.., 자다가 팔짝 뛰고 뒤로 자빠질 지경이지요

 

저와 아내는 집주인이 요구하는 금액(Asking Price)을 가감하지 않고 그대로 고객에게 공개하는 것을 철칙으로 합니다

그러면 거의 대부분의 한국분들은 할인을 요구하게되고,

저희들이 집주인과 네고를 시도해서 금액이 서로에게 동의가 되면 거래가 성사되고, 아니면 결렬이 되는데..

 

가끔 영어를 좀 할 줄 아는 사람들은 금액이 마음에 안 든다고 자기들이 집주인과 직접 협상을 하겠다고 나서기도 하고,

심지어 게중에는 저희들이 구해준 집주인과 계약 연장을 직접하면서 브로커를 끼지말고 세를 깍아 달라고 하기도 하더군요

 

가끔은 필리핀 집주인이 집수리를 제때 해 주지를 않아서 고객들과의 관계가 악화 될 때도 있고,

필리핀 브로커가 중간에 낀 경우에는 외국 사람에게는 세를 더 받을 수 있다면서 욕심을 부려서

오히려 일을 어렵게 만들거나 오해를 만들기도 합니다만, 저희들로서는 성심껏 해 왔다고 자부를 합니다

 

심지어는 세입자의 과실이 없는데도 보증금을 주지 않으려는 집주인에게는

다시는 거래를 하지 않아도 좋다라는 각오로 끝까지 항의를 해서 기어이 보증금을 받아 드리기도 했었습니다

 

이제는 아무 보상도 없이 그렇게 힘들게 보증금을 받아드려도 조금이라도 보증금을 차감을 하고 받게되는 상황이라도 되면

그야말로 저희에게 평생 안볼 사람처럼 원망과 욕을 하는 세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요 몇년간은 제가 다른 일을 하면서 아내가 부동산과 은퇴비자를 전담해서 하고 있었는데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너무 한계에 왔는지.. 이제는 쉬고 싶다는군요

 

저나 아내는 둘다 책임감만 강했지 고객들에게 모질지를 못해서

근래의 한국 분들이 요구하는 기대치를 무시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성격들이라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이미 작년에 사무실 계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를 한 후에도

직원들과 저희에게 집을 구하신 주위 분들 때문에 한 해 더 연장을 했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아내의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저희들 보다 부동산 중개업에 성격이 맞는 분(?!)이 맡아서 성실하게 하실 수 있다면 좋은 분에게 넘겨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꼭  한국 사람이라서가 아니라도...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 보고, 상대방을 배려 해 주는 마음이 점점 아쉬워지는 교민사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