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중화권과 베트남·필리핀·미국 간 공동전선으로 확전될 조짐이다.

양이(楊毅) 중국 국가대만판공실 대변인은 15일 밤 부처 웹사이트에 "난사(南沙)군도와 그 부속근해의 주권은 양안(兩岸) 동포의 공동책임"이라며 사실상 대만과의 공동전선을 제의하고 나섰다. 그는 "중국은 난사군도와 그 부속 근해에 대해 논쟁할 여지가 없는 주권을 갖고 있다"는 중국의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최근 베트남과 필리핀이 미국과 함께 사실상 공동전선을 형성하며 공세에 나서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필리핀은 이달 말, 베트남은 다음달 중 미국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합동군사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중화권 공동전선 구축으로 대응하려는 시도라는 관측이다.

그동안 중국과 별도로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해 온 대만이 공동전선 제의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성사될 경우 남중국해에서의 세력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대만도 지난 11일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13일에는 국방부 부부장(차관)을 팀장으로 한 남중국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올 초 일본과의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 당시에도 중국은 대만과의 공동전선을 희망했으며, 양안 민간단체에서는 실제로 공동대응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앞서 베트남은 13일부터 남중국해상에서 대규모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14일 1979년 중국과의 전쟁 이후 처음으로 징병령까지 발동했다. 레드억아잉 베트남 전 국가주석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남중국해 사태와 관련, "두려움을 가지면 이는 곧 주권을 상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다고 베트남 현지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중국상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필리핀에서는 미국과의 공조를 노골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14일 "우리와 조약국인 미국이 존재함으로써 항해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고, 국제법에 따를 수 있다"면서 미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6일자 1면에 "베트남과 필리핀이 모두 미국의 힘에 기대려 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당사국 간 협상으로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게 중국 입장"이라며 미국의 개입을 거듭 경고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