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혼자사는 50대의 일본인 아줌마가 하나 있습니다. 여기 산 지는 7년 됐답니다.

 

남편은 필리핀 사람인데 그 남편은 지금 일본에서 일하고 있지요. 

 

그 아줌마는 우리집에 자주 놀러오는데, 오면 항상 빠지지 않는 레파토리가 필리핀 사람 욕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한국사람이랑 별반 다르지 않지요.

 

그런데 이 아줌마 무용담이 참 재미있고, 놀랍습니다.

 

예전에 이민국에 가서 비자연장을 하는데, 필리핀 직원이 자꾸 돈을 요구하더랍니다. 이 아줌마는 불의와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요구를 무시했더니, 꼬투리를 잡아서 비자 연장을 안해주더랍니다. (필리핀 사람과 결혼은 했지만 그 아줌마는 퍼머넌트 비자를 갖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매달 비자연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사람 비자 연장비는 한국인보다 좀 싸더라고요) 

 

분노한 아줌마는 그곳에 몇 번을 다시 찾아가 따졌고, 그것이 안되자 비행기를 타고 마닐라 이민국에 찾아가서 따졌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지금 살고 있는 도시의 시장을 찾아가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결국 그 이민국 직원은 잘렸고, 비자는 연장되었습니다.

 

그후 이 아줌마는 이민국에서 유명해졌습니다. 물론 지금도 이민국에 가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한답니다. 그렇지만 다들 이 일본 아줌마를 두려워하지요.

 

저는 이 아줌마의 무용담을 듣고 이런 경우 한국사람같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민국 직원이 돈 좀 달라고 하면 귀찮아질까봐 그냥 주겠지요. 이 아줌마처럼 불의와는 타협 못한다고 버티다가도 얼마 후엔 지쳐서 결국 돈을 주고 말았겠지요.

 

저는 왜 한국인이 필리핀에서 무시당하고, 또 왜 일본인이 필리핀에서 두렵고 존경받는 존재가 됐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필리핀에서 절대 욱, 하는 성격 보이면 안된다고 조언합니다.

 

얼마전 어느 분이 도둑 헬퍼를 처리한 과정에 대해 글을 올렸는데, 그 글을 읽으신 어떤 분들이 가드 앞에서 헬퍼에게 창피를 주면 후한을 걱정해야 한다고 조언을 했습니다. 

 

 

도둑을 도둑으로 확인하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과정이 헬퍼에게 창피함을 주는 거라니요?  그럼 어떤 방식으로 도둑놈을 도둑놈이라고 확인할 수 있습니까?

 

정당한 것초차도 걱정하고 두려워하며 살라니, 그것도 조언이라고 해대니... 한국인으로서 참 부끄럽습니다. 일본사람과 대조되는 모양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필리핀에서 가장 큰 공해 중 하나는 소음입니다. 밤이나 낮이나 음악틀어놓고 난리를 피우죠. 이런 경우 한국 사람은 그냥 집안에서 욕이나 해대고 맙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바랑가이를 찾아가 항의합니다. 몇 번이고 찾아갑니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그런다고 소용있냐고...' 그러나 일본인들은 찾아갑니다. 욱, 하는 성격을 참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소음이 그치든 안 그치든 그것은 둘째 문제입니다. 첫째로 그들은 욱하는 성격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표출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것입니다.

 

한국인이 필리핀에서 대접받기 위해서는 조용히 살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것을 보면 꾸짖고, 항의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잘 하면서 필리핀에서는 왜 못합니까?

 

욱, 하는 성격 잠재우고 필리핀에서 타협하면서 살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타협하고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필리핀인들 눈에 쪼다로 비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