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마닐라 한국 새벽 비행기를 탔습니다. 세부퍼시픽이구요.
 
새벽인지라 졸립고 해서 눈좀 부치려는데 근처에 있는 50대 남자분이 스튜어디스랑 계속 실랑이를 하더군요.
 
참고로 그 분은 두 딸과 아내분 그리고 여든은 되어보이시는 할머니랑 한 가족이셨습니다.
 
실랑이가 길어지고 시끄럽길래 눈을 감은채로 귀는 열어두었습니다.
 
내용인즉슨,
 
남자 : 노모가 추위를 타시니까 담요 갔다달라
스튜어디스 : 무료로 제공되는건 없고 사야된다
남자 : 아무거나 덮을거 그냥 좀 갔다달라
스튜 : 덮을건 없으니까 기내 온도 조절을 해드리겠다
남자 : (혼자서 한국말로 욕하며) 가서 샅샅이 찾아봐라
 
이러고 스튜어디스는 ok sir 하면서 찾으러 갔는지 1 막 종료, 10분 정도 뒤
 
스튜 : 정말 찾아봤는데 없다 미안하다
남자 : 담요가 없으면 너네가 입고 있는 유니폼 같은거라도 좀 줘라
스튜 : (인내하며) 진짜 없다, 대신 파는 것은 있다
남자 : (갑자기 한국말로 욕하면서 입고있던 와이셔츠를 벗어서 노모에게 덮히면서 큰소리로 짜증냄) 진짜없냐? 샅샅이 찾아봤냐? 같이가서 찾아보자
스튜 : 알았다
 
그러고선 둘이 어디 가더군요. 이 실랑이가 주위 사람들에겐 무지 컸습니다. 한 10분 뒤에 자리로 돌아오면서 노모에게 하시는 말이, 얘네들이 돈 주면 준데 이러시더군요.
 
뭐 노모를 생각하시는 마음이야 이해가 가지만, 늦은 밤 비행기에서 남이 깨던 말던 큰소리로 실랑이 하던 모습 좋지 않더군요.
 
그 다음엔 한 동안 조용한 시간이 흐르던 어느때 어디서 자꾸 딱~ 딱~ 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래서 뭐 대수롭겠냐고 하고 있는데 거의 5분 넘게 계속 딱 ~ 딱 ~ 합니다. 하도 신경쓰여서 주위를 둘러보니 또 그 분입니다. 다들 곤히 잠드는 시간에 귀에는 이어폰 꽃으시고 손톱 발톱 깎고 계십니다. 그것도 기내안에서 말이죠. 어이가 없습니다. 그 딱~ 딱 하는 소리가 얼마나 오래지속되었는지 주위를 보니 여러명이 인상쓰고 있더군요.
 
이 사건이 끝나고 다시 반쯤 조는 상태로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딱 딱 하는 소리가 또 들립니다. 이번엔 소리가 좀 크더군요 여러번 하길래 주위를 둘러보니 또 그 분입니다.
 
통로 반대쪽 뒤쪽에 앉은 가족들을 부르는 소리입니다. 엄지와 중지를 이용해서 내는 소리 ㅋㅋ
피노이 처럼 씁~씁~ 안한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는지 ㅋ
 
암튼 그렇게 가족을 불러놓고는 초콜릿 달랍니다. 가족이 초콜릿 아까 노모드렸다고 하니까.
혼자 짜증내시면서 재차 초콜릿 달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가족이 상황 설명을 하면서 없다고 하더군요.
 
이게 다 기내에서 있었던 일이고 기내에서 나가서 짐 찾으러 가면서도 그 분이 주위에 있더군요.
 
이 분이 왜 이런지는 에스컬레이터 타면서 하는 이야기에서 짐작했습니다.
 
남자 : (딸을부르며) 드디어 한국이다 이게 몇 년 만이지?
딸 : 4년이요
 
그렇구나
 
필리핀에서 4년 살아서 저게 몸에 베어서 그런거구나;;
 
한편으로는 습관이 몸에 베서 그런가보다 할 수 있겠지만 암튼 잊지 못할 기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