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사람이 게으르다고요? 생각을 달리하면 이해가 되고 이해가 되면 사랑스럽습니다.
 
 

필리핀에서 살아 가면서 느끼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한국 사람의 관점에서만 보면 이해가 되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한심하고, 한심하게 보이면 무시하고, 무시하면 그들의 친구가 될 수 없고, 친구가 되지 못하면 사업도 무엇도 이루어 질 수 없겠습니다.
 
살면서 이해가 되는 구석을 녹음해 보았습니다.
 
음성으로 녹음되어 있기 때문에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셔서
해당 페이지의 듣기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클릭하실 링크
 
 

 

--------------

 

 

 

살며 사랑하며

한국 사람들이 필리핀 사람들을 보면서 갖는 느낌 중의 하나는 게으르다는 느낌인 것 같습니다.

퇴근 시간이 되면 늦게 남아서 일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집안에 일만 있으면 조퇴나 결석을 쉽게 합니다.

또 한국 같으면 당연히 걸어갈 거리를 지프니나 트라이써클을 타죠.

수입도 별로 좋지 못하면서 걷지, 타나 싶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주당 노동 시간에 비하면 필리핀 사람들의 노동 시간은 짧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필리핀 사람들이 게으르다 라고 말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겠습니다.

저녁에 일찍들 퇴근하지만 아침은 훨씬 일찍들 시작하기 때문이지요.

새벽에 일이 있어서 일찍 나가면 길이 한산하리라 기대하지요.

그러나 새벽 거리가 그리 한산하지 않습니다.

새벽부터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은 거죠.

몇 시간씩 대중 교통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새벽부터 서둘러 움직이는 것입니다.

또 필리핀 직원이 가정의 일로 조퇴나 결근이 예사인 것은 한심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이 어려울 때 우리는 그렇게 살지 않았으니까요.

허리띠를 졸라 매고 죽기 살기로 일했고, 가정을 희생해 가면서 직장에 헌신해서 오늘의 근대화가 이루어 진 것을 생각하면

필리핀 사람들, 이렇게 일해서는 안된다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한국이 그렇게 죽기 살기로 일해서 대국이 되었는데, 이제사 발견하는 것들이 있지요.

가정의 소중함이지요. 경제는 발전했는데 가정에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중요한 것을 잃어 버렸다는 것을 자성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버지 학교 같은 데서 아버지들이 울면서 회개하는 것을 봅니다.

어쩌면 필리핀 사람은 경제가 어려워 졌는데도 가장 중요한 것을 잘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직장을 잃을지라도 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걷지 않는 것만 해도 그렇습니다.

몇 백 미터만 되어도 걷지 않고 트라이 써클 타죠.

그런데 살다 보니 이해가 되더군요.

가끔 노동자들과 가까이에서 대할 때가 있습니다.

목수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말이지요.

식초 냄새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숨이 턱 막힙니다.

땀을 흘리면 그것이 악취를 만들어 주위의 사람들에게 큰 실례를 범하게 되는 것이지요.

한국 사람들은 땀을 흘려도 금방 샤워할 수 있고, 샤워 할 수 없어도 에어컨에서 식히니까 그런 일이 없지만,

땀 한번 나면 처리할 수가 없는 일반 필리핀 사람들은 상황이 다르죠.

그래서 땀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하고, 보기는 흉하지만 등줄기에 수건을 끼워서 땀을 처리하려고 애를 쓰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땀을 피하다 보니 게으르게 보이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의 관점에서만 보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의 삶의 방식이 있고,

존중할 만한 가치와 정신을 담고 있다 싶습니다.

이유가 있겠지 라고만 생각해도 그들이 한심하게 보이지만 않을 수 있고

필리핀 사람들을 알아 가려는 진지한 탐구를 계속할 수 있겠지요.

이해가 되면 사랑스럽고 존중하며

그 때에 진정한 협력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살며 사랑하며

동행 노래 들으시면서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정기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