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이 '권력 남용'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아키노는 지난 25일 두 번째 국정연설을 통해 필리핀에 권력 남용(wangwang)이 만연해 있고 이 때문에 부정부패가 국가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모든 노력을 다해 권력 남용과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일간 필리핀 데일리 인콰이어가 27일 보도했다.

아키노는 또 공적 기금 집행의 방만 사례로 국영 오락게임공사(Pagcor)를 들면서 이 회사가 커피 구매 비용에만 10억 페소(247억원)를 사용했다고 개탄했다.

그는 "누가 그렇게 거액의 커피를 마셨으며, 그런 상태에서도 잠을 제대로 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방만·부패 경영 방식에 길들어온 공기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지난해 대통령에 취임한 아키노는 53분간의 연설을 통해 교사, 군경, 택시 운전사 등 대다수의 평범한 국민은 자신과 함께 "정직하고 올바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라고 추켜 새우고, 변화의 길에 동참해온 국민이 "나의 상전"(my bosses)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권력 남용과의 전쟁의 사례로 자신의 관용차에 대해 도로에서 경적 사용을 금지했다면서, 권력 남용에 대항한 성전이 국가 장래에 대한 기업의 신뢰도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아키노는 "국민을 진정으로 섬기는 정부를 방금 출범시켰고 재임 기간이 5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국가가 옛날로 돌아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강도 높은 사정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국세청 자료를 인용해 변호사, 의사, 기업인 등 170만여 명의 전문직 자영업자들이 지난해 낸 세금은 98억 페소(2천425억원)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한 사람당 낸 세금이 5천783 페소(14만2천800원)에 불과하며 최저임금인 8천500 페소(21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고소득 기득권층에 대한 사정도 예고했다.

아키노는 권력 남용이 전 정권인 글로리아 아로요 정권에서 만연해 각종 비리를 가져왔다면서, 전임자에 대해서도 사정 칼날이 겨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방만·무능 경영으로 국영기업들은 빚더미에 내몰린 상태에서도 임직원들은 수백만 달러를 상여금 등의 명목으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로 말미암아 필리핀의 국제 신인도가 곤두박질해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분개했다.

한편 아로요 전 대통령 측은 아키노의 연설 내용이 치적을 내세우기 위한 정치 공세에 불과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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