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집 덮쳐 봉사활동 인하대 대학생 10명 사망

인하대 발명 동아리 회원들 참변

경향신문 | 최승현 기자 | 퍼왔습니다. 

토사 속에 파묻혀 있는 와중에도 살려달라는 외마디 외침이 들렸다. 아끼는 후배의 절규는 흙투성이가 된 손을 가까스로 움직일 힘을 줬다. 혼신을 다해 팔을 뻗어 2명을 끄집어냈다. 기력이 다하는 순간 빨리 나가자는 구조대의 손길이 보였다. 삽시간에 덮쳐온 산사태 속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인하대 박기영씨(25·기계공학부 4년)는 참혹했던 당시 상황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기계공학부 4학년인 신태진씨(23)는 민박집 앞에서 후배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꽝하는 번개 소리를 들었다. 시선을 돌리는 순간 산더미처럼 밀려오는 토사가 한눈에 들어왔다. 불과 2~3초 사이 그의 온몸은 흙더미에 깔렸다. "참고 기다리자. 반드시 구조대가 올 거야." 서로 격려하며 안간힘을 썼다. 10여분이 지났을까. 그들의 바람대로 구조대가 도착했다.

27일 0시10분. 인하대학교 발명 동아리인 '아이디어뱅크' 회원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소양강댐 인근 속칭 떡갈봉 산사태는 살아남은 동료들의 마음속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인하대 아이디어뱅크 회원 35명은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3박4일의 일정으로 소양강댐 인근의 상천초등학교에서 과학캠프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춘천을 찾았다가 화를 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대부분의 학생들도 중경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지난 4월부터 발명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주기 위해 상천초등학교 측에 과학캠프 개최를 제의했던 동아리 회원들은 캠프 시작 하루 전인 지난 25일 준비물을 들고와 미리 교사들과 인사를 하는 열성을 보였다.

회원 60여명을 두고 있는 아이디어뱅크는 발명을 통해 특허 등을 신청해온 첨단 정보기술(IT) 동아리다. 그간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봉사활동과 생활 속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개발과 발명으로 연결시켜왔다. 특허청 등이 주관한 '2010 대학창의발명대회'에서 우수발명동아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은기 지도교수(55·생명공학)는 "아이디어뱅크 학생들은 소외된 곳을 찾아 봉사활동하기 위해 오지를 선택한 천사 같은 아이들이다. 왜 이들에게 이런 참변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안된다. 안타깝다"며 울먹였다.

발명을 향한 열정으로 똘똘 뭉쳐 마치 가족같아 보였던 이들이 뜻하지 않은 화를 당하게 되자 상천초등학교도 침통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27일 오전 과학캠프가 열렸던 교실에서 인하대 학생들이 준비해온 재료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임소연 발명보조실무원(31·보조교사). 그는 "어제 그렇게 열성적으로 40명의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던 동아리 회원들이 이렇게 참혹한 일을 당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인성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정진아 동아리 대표를 찾은 상천초교 이홍규 연구부장도 제대로 말문을 열지 못했다.

민박집 2층에 있다가 가까스로 화를 면한 이범석씨(27)는 이날 치료도 미룬 채 아비규환을 방불케 하는 산사태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1층에 있던 후배들이 대부분 큰 피해를 당했어요.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도 토사가 문을 막아 탈출이 어려웠고요." 폐부를 찌르는 듯한 심적 고통.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이 자신의 상처를 잊게 만든 듯했다.

▲ 인하대 사망자 명단

김유라(20·여) 김유신(20) 김재현(26) 신슬기(22·여) 이경철(21) 이민성(26) 이정희(25) 성명준(20) 최민하(20·여) 최용규(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