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흐리게 만들어 고기를 잡는다

 

혼수모어(混水摸魚) - 『삼십육계(三十六計)』

 

  맨손으로 강물에 들어가 고기를 잡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저 손만 집어넣고 강바닥을 이리저리 더듬어 휘젓다가 누런 황토 물속에서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를 쑥쑥 잡아올리는 것을 보면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눈으로 보지도 않고 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비결은 간단하다고 합니다. 강물 속의 흙을 손으로 이리저리 휘저으면 숨어 있던 물고기가 순간적으로 방향감각을 잃게 되는데 이때 손의 감각으로 물고기가 감지되면 바로 잡아올린다는 것입니다. 물고기가 혼탁한 물속에서 순간 방향감각을 잃는 생태를 적절히 이용한 것입니다. 이렇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병법에 응용한 것이 혼수모어(混水摸魚)의 전술입니다. 혼수(混水), 물(水)을 흐리게(混) 만들어 모어(摸魚), 물고기(魚)를 찾아낸다(摸)는 뜻입니다. 사람도 뜻밖의 상황에 부딪치면 방향감각을 잃고 맙니다. 똑똑하고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도 갑작스런 위급 상황에 방향감각을 잃고 마는 것이죠. 이럴 때는 잠시 뒤로 물러서서 자신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발짝 물러서면 자신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고 불리하더라도 정신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갑작스런 혼란과 위기에 허둥대면 될수록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이럴 때는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편안히 먹어야 합니다. 그래야 혼란을 극복하고 다시 힘을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혼수모어의 전술은 상대방을 공격할 때도 도움이 되지만 자신이 속한 조직이 이런 상황에 빠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하는 전술이기도 합니다. 인생이 갑자기 혼란스럽고 안개 속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방향감각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混水摸魚

혼 수 모 어

 

물을 혼탁하게 만들어 놓고 방향감각을 잃은 물고기를 잡는다.

 

  혼탁한 물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맑아지게 마련입니다. 어렵고 힘들수록 방향감각을 정확히 잡고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방향만 잃지 않으면 인생은 살 만합니다.

 

混    水    摸    魚

혼탁할 혼     수     찾을     물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