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신삼호 특파원 = 영토분쟁을 빚는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군함이 중국 어선과 충돌한 사건을 놓고 양국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필리핀 군함이 정당하게 조업하는 중국 어민의 합법적인 권익을 침해했다고 비난했으나 필리핀은 군함이 운행한 지역은 자국 영역에 속한다고 반박하면서 충돌사건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당시 사건 때 필리핀이 억류한 소형 부속 선박 24척도 조속히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필리핀측은 법률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애초 지난 18일 대형어선인 중국어선 18호가 남중국해 난사군도(南沙群島. 스프래틀리) 해역에서 필리핀 군함에 부딪혔을 때만 해도 필리핀 해군이 중국측에 사과하고 중국 어선도 정상적으로 운항했다는 중국 매체들의 보도가 나오면서 사건 자체가 큰 파문없이 조용히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 사안이 영토문제로 비화하면서 중국과 필리핀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장위(姜瑜)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선박 충돌사건에 대해 "해당 해역은 중국이 주권을 가진 곳으로, 필리핀 측이 중국 어민의 합법적인 권익을 침해해 엄중하게 항의했다"며 해당 수역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강조했다.

필리핀의 알베르토 로물로 외교장관은 20일 성명을 발표, 당시 군함은 필리핀 영해내에서 조사활동을 하고 있었다면서 해당 수역이 자국 영토에 속한다는 점을 내세운 뒤 당시 군함의 나침반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어선이 끌고 가는 부속선박과 충돌했다고 맞섰다.

로물로 장관은 이 사건으로 중국에 사과할 필요도 없고 사과한 적도 없다며 필리핀 해군이 중국대사관에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했다는 중국측의 보도를 부인했다.

로물로 장관은 또 부속선박을 조속히 돌려 달라는 중국의 요구에 대해 사건 현장에 남아있던 부속선박 24척은 필리핀 해군이 보관중이며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은 필리핀이 강경하게 나오자 필리핀 군함이 중국영해를 침범한 것도 큰 문제인데 중국 어선과 충돌하고서도 오만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중국과 필리핀 모두 영토문제에 관한 한 한치도 물러설 수가 없다는 태도이어서 이번 군함 어선 충돌 사건을 둘러싼 양국 갈등은 당분간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