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으로 성공..빈민가서 6년째 '밥차' 봉사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한국인들은 '동남아'라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글리 코리안'이 나오는 이유죠. 의식 수준의 세계화와 함께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자세를 길러야 합니다."

20년 전 필리핀에 진출해 선박대리점과 복합물류운송업체인 '시 파인 쉬핑(Sea Pine Shipping)'을 운영하는 이규초(48) 사장은 2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류열풍이 불어 전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이미지가 높아지고 있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물을 흐리면 그 위상은 하루 아침에 추락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주최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제16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 참가한 이 사장은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한인 경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행사 도 역시 현지 사회와의 조화를 모색함으로써 '글로벌 코리아'의 기치를 높이는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청도 출신인 이 사장은 해양대학 항해학과를 나와 범양상선(현 STX 펜오션) 항해사로 4년간 근무했다. 이후 서울에 본사를 둔 해운회사인 '코차트'에 이직해 잠시 머물다 과감히 사표를 내고 필리핀으로 떠났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영어를 구사한다는 이점을 믿고 1991년 필리핀행 비행기에 오른 그는 비자문제와 결혼 등으로 한국을 오가다 6년 뒤 정식으로 필리핀에 선박대리점을 차리면서 정착했다.

정기선과 부정기선 등 선박 약 300척을 관리·서비스하며 연간 7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그는 복합물류운송업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7천톤 규모의 벌크선을 인수해 직접 운항하기도 한다.

'어디서든 한국을 대표한다'는 그의 신념은 현지 사회에 대한 봉사 활동으로 구체화됐다. 법륜 스님이 운영하는 정토회 산하 JTS 의 필리핀지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오지마을인 민다나오 지역에 들어가 학교를 짓는 일을 돕고 있다.

또 6년째 마닐라 시내에 있는 빈민가를 찾아가 '밥차'를 운영하며 어렵게 사는 현지인들에게 한 끼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이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내 윤경숙씨와 딸, 아들 쌍둥이를 앞세우고 어려운 이들을 찾는 것이다.

월드옥타 필리핀지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 사장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거창한 취지는 아니고, 자녀가 남을 돕는 것이 생활화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밥차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드옥타 필리핀지회 이규초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