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제 외할머니 얘기로 시작하겠습니다 ..

 

저도 어머니한테 들은 얘기입니다 .

 

30년전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외할머니댁에는 월세들어 사는 가정이 있었습니다 . 아니 이제는 거의 35년 전쯤이네요

넉넉하지는 않은 가정이었습니다 .

그런데 외할아버지가 해외에 나갔다 오시면서 바나나랑 오렌지를 좀 사오셨드랬죠...

그때만 해도 꽤나 잘 사는 집이었던 저희 외할머니댁이었던지라 ...  오 맛있겠다~ 하면서 엄니와 삼촌분들이 달려 들었댑니다.

그러자 외할머니가 닥터스톱!을 외치고는 가장 깨끗하고 이쁜 녀석들로 골라내서 따로 바구니에 담으시더랍니다.

뭐 할꺼냐고 물어보니 건너방에 월세댁에 가져다 줄거라고 하시더랍니다.

그러면 우리 좀 먹고 남은거 가져다 주면 되지않냐고 엄니와 삼촌분들이 투정을 하자 

외할머니가 말하시더랍니다.

"우리야 이런거 자주 먹으니 좀 덜이쁘고 덜 맛있는거 먹으면 어떠냐... 건너방에는 이런거 구경도 하기 힘들테니 이런때라도 좋은거 챙겨서 맛있게 먹으라고 해야지"

 

제가 이 이야기를 들었을때는 어릴때라 ... 이 무슨 가식쩌는 동정심이냐고 엄니에게 따졌습니다.

지금 28년을 살아오고 나서 문득 이 이야기를 생각해보니 .. 제가 미쳤더군요 ....  

문득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참으로 거대하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기실... 우리가 자주 마주치는 필리핀사람들... 저희보다 못 사는 분들이 대다수 일겁니다.

택시기사, 점원, 가사도우미... 

일 해주고 안 속이고 그래도 땀 흘려서 일하는게 보이면 ... 

팁 좀더 주고 보너스 얼마라도 주고 하면 어떨까요...

택시타고 내리면서 잔돈 합쳐서 10페소 20페소 주면 뭐 어떻습니까... 나도 땡큐 써 소리 들어서 좋고 기사도 팁 잘받아서 좋고

가사도우미도 용돈벌은 기분 들어서 좋고 나도 가사도우미가 웃으니 좋고...

 

조금만 더 넉넉하게 생각해보심이 어떨까요 ...

 

 

 

PS: 아 물론 일 안하고 속일려는 잉간들은 제외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