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AP·AFP=연합뉴스) 필리핀 정부는 8일 신병 치료를 위해 출국금지 조치를 풀어달라는 글로리아 아로요(64) 전 필리핀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했다.

레일라 드 리마 필리핀 법무장관은 아로요 전 대통령의 상태가 생명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며 "현지 의료진과 의료시설을 통한 치료로 웬만큼 상태가 회복되고 있다"면서 출국금지 해제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아로요 전 대통령은 올해 국내에서 받은 척추수술이 잘못된 이후로 "희귀성 뼈 질환"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며 외국에서 전문가의 치료를 받도록 정부에 출국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드 리마 법무장관은 아로요 전 대통령이 필리핀 현지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그녀의 뇌물 수수 혐의가 확정되면 귀국하지 않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드 리마 법무장관은 "아로요 전 대통령의 출국이 현재 진행 중인 부패 혐의 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필리핀을 떠나야 할 즉각적인 필요성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아로요 전 대통령이 치료를 목적으로 싱가포르와 독일 등 일부 국가 방문을 요청한 것과 관련, 그녀가 방문하고자 하는 국가들 가운데 다수가 필리핀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여서 그녀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아로요 전 대통령 측은 그녀의 유죄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권리를 침해당했다면서 이번 결정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필리핀 검찰은 아로요 전 대통령이 2007년 총선 전 선거결과 조작을 지시한 것과 관련해 수사 중이며, 앞서 지난달 27일 아로요와 그의 남편 호세 미겔 아로요, 아로요 집권 시절 고위 관리 30여명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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