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직원들의 편법 임금 인상에 활용돼 왔다는 지적을 받아 온 국·공립 대학의 기성회비(期成會費) 징수가 법적 근거가 없으며 대학은 이를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 취지라면 전국 52개 국·공립대를 최근 10년 내(소멸시효) 졸업한 학생 195만명(학부 기준) 이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승소할 경우 최고 13조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재판장 정일연)는 27일 서울대 · 경북대 · 전남대 · 부산대 등 8개 국·공립대 학생 4219명이 "법적 근거가 없는 기성회비를 쓰고 남은 잉여금을 돌려달라"며 이들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기성회는 학생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돌려주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성회비는 규약에 따라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내는 회비로 법령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수업료·입학금과는 성격이나 취지가 다르다"며 "고등교육법과 교칙, 훈령만으로 학생들이 기성회비를 내야 할 법적 의무를 진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기성회비는 지난 1963년 예산 부족에 시달리던 정부가 대학의 재정난을 수익자(受益者) 부담 원칙으로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이후 대학들이 교직원 인건비와 등록금을 올리는 데 편법 활용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립대는 지난 1999년 기성회비를 폐지했다.
 
대학 기성회비 반환 소송은 1999년부터 시작됐지만 승소 판결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2·3심에서 대학들이 기성회비를 학생 교육비와 연구비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하면 기성회비 전액 반환이 아닌 일부(예컨대 기성회비 잉여금)만 지급하라는 최종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