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완전하게 파탄이 나버린 우리는 페리에서 하선할때, 따로 따로 나왔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처럼...

부뚜안 나시핏 항구는 아직 어둠속에 잠겨 있고, 항구앞에는 트라이시클 기사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먼저 가버렸는지 보이질 않고 해서, 그냥 모터 사이클 뒤에 타고 버스 터미널로 이동합니다.

 

하두 많이 싸우고 헤어지다 보니..이젠 노하우가 쌓여 있습니다. 헤어진 후에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머리속에 계획이 다 잡혀 있습니다. ㅎㅎ 아쉽긴 하지만, 머 어쩔수 없죠. 결혼해서 몇십년을 살다가 이혼하는 부부들도 많으니까.... 나를 좋아라 했던 그녀의 가족들에게 미안해서 그렇치....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산프란즈행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맨 앞좌석에 보니,, 어서 많이 보던 아가씨가 있네요...ㅋㅋㅋ

시침 뚝 떼고 옆자리에 털푸덕 주저 앉습니다. 그녀 힐끗 옆을 쳐다보더니..."흥"하고 고개를 돌려 버리네요.. 이놈의 버스는 승객들 태운다고 1 시간이 더 지나서야 출발을 합니다.

 

산프란즈로 가는동안, 우리는 서로 어떻게 가족들에게 얘길해야하나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등등 고민을 했나 봅니다. 왜냐하면 그 다음날이 바로 그녀의 엄니 생신이었고, 그 다음 다음날은 크리스마스로 그녀의 온 사촌들이 다 모이기로 되어 있는 날이었거든요. 이미 우리는 결혼을 하기로 했고, 그걸 다 알고 오는 사촌들이라... 갑자기 .. 헤어진다고 말하기에는 그녀도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는 실정이었죠...

 

그래서 내가 제안을 슬며시 합니다. 일단 아무일 없던것처럼 지내기로, 그리고 서서히 정리하는걸로.. 내가 지원했던 경제적인부분은 그녀가 새로운 사람을 사귀게 되면, 갚는걸로 .............. 그렇게 하자니까... 그녀도 좋답니다. 참 .. 내가 중년의 나이에

어린애 델꼬 머 하는 짓인지 몰것슴다...눈 가리고 아웅하는것도 지겹슴다..ㅋㅋ

 

그렇게 그녀의 집으로 가게 되었고, 그녀의 엄니 생일 케익을 사고... 그리고 그 다음날 드디어 그녀의 사촌들이 왔습니다.

남자놈은 29 살 먹은 뚱뚱한 운전사 한놈이고 전부다 여자들입니다. 그녀의 엄마의 언니와 동생 등등... 그리고 그 딸래미들과 손녀들... 웃기는 일은 .. 세명의 애기가 있고 세명의 엄마들이 있는데...하나 같이 아버지 없는 싱글맘이라는거...ㅋㄷㅋㄷ

 

그녀엄마의 언니와 인사를 나누는데, 그녀가 말합니다... 저번에 샀던 멀티캡을 운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러면서 자신이 5년넘게 그 멀티캡을 운행해 봤지만, 너무 사고가 자주 나고, 경찰쪽에서도 뒷돈 요구도 많고 해서 .. 자신이 직접 운전하지 않는한은 메릿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고 하네요... 이때다 싶어 .. 나의 그녀 한말씀 거듭니다.. 그것보라고 자기가 사지 말라고 했는데 왜 사가지고, 문제를 만드냐고...흐미 .. 아 나 열 받슴다... 기껏 자기 가족 생계 위해서 사줬더니...그것도 자기 아부지도 자기 언니도 다 동의해서 산건데... 이제와서 누굴 힐난하는건지..원

 

그래서..그럼 당장 그 멀티캡을 산 업체로 가서 ... 취소 시키자고..얼마를 손해를 보든간에...

그리하여 결국 멀티캡을 사서 운행한번 못해보고 다시 취소 시켰습니다.. 다행히 그 사장님이 마음씨가 좋아서 취소 수수료 13만원만 손해 봤네요.... 악덕업자 만났으면... 100 만원은 손해볼 각오를 했는데..말이죠.

 

그녀(엄마의언니)가 나에게 말합니다... 아 유 업셋??

나?? 오브 코스... -_-::

그녀 .. +..+ ( 머 이런넘이 다 있냐? ㅎㅎ)

 

그녀의 의도 ... 화 났냐?

나의해석 : 물론 당황스럽지.. 우띠. ...

 

여기서...나의 무식이 다 들통남...ㅋㅋ 학창시절에 배운 나의 upset 이란 단어는 ...먼가 정리되지 않은 ..헝클어진 ..당황한..머 이런뜻으로 외웠는디...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뜻은...주로... 화내다... 머 이런뜻이라는거..ㅋㅋ

 

 

필리핀이라는 국가는 크리스마스를 위해서 살아가는 국가라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말로 황당했던것이.. 크리스마스 전날 맥주를 사러 동네구멍가게에 갔는데, 맥주가 동이 난겁니다... 모든 구멍가게를 다 들러봐도 전부다 ... 동이 났네요...그래서 하는수없이, 산프란즈 시내로 나갑니다..차를 타고... 그런데 그곳에서도 좀처럼 맥주를 찾을수 없습니다.. 허허

정말로 이넘의 나라 전체가 크리스마스에 미쳐 있다는걸 실감합니다....비단 맥주뿐만이 아니고 모든 생활잡화들이 거의 동이 납니다...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정말 광기라고 밖에 표현할수 없습니다.

 

다급한도시(다구판)에서 실버주얼리 사업을 하던 내 친구놈이 .. 연말이 되면 매출이 두배내지 세배로 늘어난다고 했을때..잘 안 믿겨졌었는데...이제는 왜 그런지 알거 같습니다..

간신히 맥주를 사가지고 돌아와보니 거의 7시가 다 되어 갑니다. 이제 슬 슬 크리스마스 파티 모드로 돌입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 뚱땡이 운전하는 놈을 데불고 술을 마십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 합니다. 그녀도 술을 마시기 시작합니다....그런데 저렇게 마시면 위험한데 말입니다..ㅎㅎㅎ

아니나 다를까.. 열두시쯤 되어서 그녀 드뎌 술이 만땅 취합니다... 술 취한 상태에서, 여러 사촌들 싱글맘하고 마당에서 음악에 맞춰 댄스를 한바탕 즐겼으니 ..술 기운이 팍 엄습하는것도 당연지사...

 

다행히 ..이번에는 옷은 안 벗습니다..ㅎㅎ 이번엔 울면서 아빠를 찾네요... ㅎㅎ 아빠가 곁에 있어도 아빠를 찾습니다..ㅋ

그렇게 광란의 크리스마스 이브가 지나가고, 다음날 크리스마스엔 온 가족이 교회에 가는걸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나?? 는 당연히 안 갑니다..걍 집에서 디비 잡니다..ㅎㅎ

 

크리스마스 당일날은 어제 마신 술의 여파로 다들 기운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조용히 보냅니다.. ㅎㅎ 그 다음날 사촌들이 떠나기전, 그녀엄마의 언니( 이 분이 상당히 포스가 있음.. 예전에 경찰쪽에 근무했었다고 ..) 가 나에게 당부합니다.

자기들은 나를 이미 패밀리로 생각한다고... 내년에 다시 보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고맙죠..머..ㅎㅎ

 

이런 상황에서 머 그녀라고 용가리 통뼈가 아닌이상 반박할수 있겠어라?? 걍 수긍하는 수밖에...

이렇게 해서 다시 화해에 성공 ...ㅋㅋ

 

다음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