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도 지나고...그녀의 사촌들도 모두 돌아간뒤.. 그녀는 그동안 숨겨두었던, 그녀의 전 남자친구 어메리칸 의사놈하고 찍었던 사진들을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그녀가 어릴때 꿈꾸었던 자신의 낭만적인 결혼식에 관련된 스크랩북도...........

 

그녀는 운이 좋아서인지, 어릴적에 이미 필리핀 전역을 여행다녀서, 보통의 시골 처자들하곤 생각하는 바가 틀렸습니다. 자기의 학교 친구들 중에도 임신한 여자들이 더러 있는데, 그런 애들 보면 참 불쌍하답니다. 왜 그렇게 어린 나이에 아무 생각없이 임신을 해서 , 여행한번 제대로 못 해보고, 또 그렇게 인생을 살다 가는걸까... 하면서요.. 자기는 그렇게는 살기 싫답니다. 그래서 결혼을 해도 당분간은 임신은 피하고 싶다고 하네요... 임신해서 엄마로 살기이전에 .. 세계여행도 다녀보고, 제대로 된 직장도 얻고 싶다고.........

 

우리는 아침을 먹고,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기 위해 산프란즈 우리의 전용호텔로 갑니다. .. 그곳에서 우리의 사랑은 싹이 났었고, 또 여물어 갔었죠.. 그날도 역시 정열적인 사랑을 한후, 그녀는 그동안 아껴두었던 그녀의 속 마음을 얘기합니다.

자기는 아까 아침에 보여주었듯이, 꿈이 많은 아이였다고, 늘 그런 꿈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쩌면 그런 멋진 남자친구들을 만났고, 그 꿈을 계속 간직할수 있었다고...

 

그런데 나를 만나면서 그런 모든 꿈이 자기에게서 멀어져가는것을 바라만 봐야하니 ..순간 순간 갈등이 많이 왔나봅니다.

그녀는 나의 경제사정이 그리 좋지 않다는걸 이미 알고 있기에... 나와 결혼하는 순간 자신의 모든 꿈을 접어야 한다는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 눈가에 이슬이 맺히면서 ..나를 보고 얘기합니다..

나 하나때문에 모든걸 포기했다고.... -_-;;;

그 얘기를 듣는순간... 아차 싶은게...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아~~ 그제서야 나는 이해를 할수 있었습니다...

왜 그녀가 .. 마닐라에서 여객선을 타는날 아침에...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고집했었는지를...

나는 너무 내 생각만 ( 기실 내 입장에선, 결혼식 같은건 생략하고 하루 빨리 혼인신고를 해서 안정된 바탕위에 사업도 하고 결혼생활도 영위할수 있길 바랬죠) 한거죠

20살 꽃다운 나이의 여자가 꿈꿀수 있는 모든 낭만을 깡그리 무시한채 말이죠...

 

이래서야 어디 이것을 연애라고 할수 있을까요??? 정말 부끄러웠습니다...나는 말로만 연애를 외쳤지...기실 결혼정보업체를 통한 중매결혼 사상을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그녀에게 한 없이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 그녀를 가만히 내 품에 안으면서, 속으로 다짐을 했습니다. 앞으로는 나의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그녀의 꽃다운 나이를 늘 고려하자, 그리고 내 생각의 틀을 버리자!!

 

한편으로는 안도감도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너무 다혈질이라 어떨땐, 이건 다혈질이 아니고..정신병 초기 증상이 아닌가 싶을정도였거든요..그런데 그녀의 고백을 듣고 보니, 아 .. 그녀의 심리 상태가 이해가 갔고, 이성적으로나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그녀의 행동들이 이해가 가는겁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제 그런 일들( 아무런 이유없이 토라지고 성질내는)은 없을꺼라고... 예상했죠.. ㅋㅋㅋ 근데 어디까지나 예상은 예상일뿐이더라구요..

 

그날이 아마 12월 30 일 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산프란즈에 나가서 ..신년맞이 폭죽도 사고 여러가지 과일도 사 오던 날이었죠.

집에 돌아오니 오후 4시가 쫌 넘었습니다. 그래서 할일도 없고 해서 .. 고장난 DVD 플레이어를 고치려고 준비하는데, 그녀가 머하냐고 묻길래..아..이거좀 고쳐 보려고... 하니까 그냥 아무 말 없이 ..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군요.

 

그래서 그녀의 남동생이랑 근 2 시간을 낑낑대며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어차피 못 쓰는거 걍 대충 조립해 놓구 있었는데, 그녀가 낮잠에서 깨어나 다가오더니, 그걸 못 쓰게 만들어 놨다고 머라 한마디 합니다. 그래도 내가 만지기 전에는 음악은 들을수 있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먼 소리냐? 아까 내가 이거 함 수리한다고 얘기 했을때 가만히 있더니 왜 이제와 그러냐?? 그리고 이거 고장 아니거든 ..고치기 전하고 똑 같다고 했더니,

 

이번엔 그럽니다... 머할려고 고치지도 못할껄 만져서...두시간을 낭비하냐고... ㅋㅋ 내사마 하도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 해줬죠...그래도 낮잠자는거 보다는 낫지 않겠냐.... 그랬더니 여기서 또 승질냅니다. 그리고는 그 상태가 그 다음날 까지 지속된거죠..

 

나는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가 없습니다.

도대체 아무리 개념이 없기로 , 저기서 화낼일이 뭐가 있다고 화를 낸답니까??

그리고 순간적으로 좀 욱해서 화를 냈다손 치더라도 , 그걸 가지고 그 다음날 까지 끌고갈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 말입니다.

 

기분참 .. 거시기 했습니다. ..

며칠전에 예상했던 것이 보기좋게 깨지면서, 정말 ...내가 정신병자 하고 결혼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이제 무슨 ... 그전에 이유가 되었던,미묘한 상실감에서 오는 반항도 아니고 ... 그냥 수시로 발작한다는거 밖에 안 되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머 이런 생각하다보니 , 나도 마음의 여유를 잃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12월 31 일에 산프란즈 호텔로 일단 나갑니다. 그녀를 호출합니다. 도대체 머가 문제냐? 물어 봅니다. 그녀 왈 .. 자기 가족들 앞에서 자기를 무시했답니다.. 자기를 잠만 자는 돼지로 취급했다네요...헐..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아니 무슨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하는데... 그래서 내가 한 소리 합니다...

좋다 그래.. 그 순간 니가 그렇게 느꼈다 손 치자...그렇다고 해서 ..너는 너네 가족들 앞에서 그게 할 행동이냐?

보통의 여자들이라면 그 순간 비록 너처럼 느꼈다하더라도 그렇게 바로 가족들 앞에서 화 안낸다... 나중에 조용히 따로 얘기를 하지.... 솔직히 이런 얘기 해봐야 머 불난집에 기름 붇는 격이란걸 알고 있었지만,, 하두 짜증나고 얄 밉고 어이가 없어서 그냥 ..기분 내키는대로 쏘아 붙였죠... 언성좀 높여서!!!

 

그랬더니 ... 언성 높였다고... 도저히 나랑 무서워서 한국에 못 가겠다는겁니다.

지금 이곳 필리핀에서도 이렇게 언성 자주 높히는데... 아무도 없이 자기 혼자 달랑 한국에 가면 , 틀림없이 자기는 맞아죽을꺼 같다네요 ( 알긴 아는구먼...--;;;)

 

부모한테 얘기 하겠답니다... 헤어지겠다고..

그 순간, 나도 이런 싸이코 기질 있는 애랑은 도저히 못 살꺼 같아 ...니 맘대로 해라 .. 했져

 

에거... 담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