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오래살았다고 느껴질때...

 

1. 사리사리 가다가 사각빤스바람의 배나온 피노이 아저씨를 만났을때, 더 이상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굳모닝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때.....(예전에 민망해서 멀리 돌아가곤 했는데.....)/

파자마바람으로 주인아저씨 세차하는 아떼가 정겹게 느껴질 때…..

 

2. 택시 문 열어 주는 피노이 줄려고 미리 오페소 준비하고 택시 탔는데, 다른 손님 문 열어주느라 나한테 소홀히해서,

내가 문 열고 택시타면서 괜실히 섭섭함을 느낄때.....(x같은 경우라고 욕하고 화내면서 어쩔 수 없이 줬는데...)

 

3. 어설프게 남은 잔돈 안 주려고 꾸물거리는 피노이한테서 마지막 1페소까지 받아내면서, 나도 모르게 야릇한 승리

감을 느낄때......(예전에 화가나는걸 참으면서도 어쩔수 없이 그냥 주곤 했는데....)

 

4. 맘에 안 드는 아떼를 예고 없이 해고하면서,  더 이상의 연민이나 동정을 느끼지 않고 깔끔하게 내보내고,

속시원해 할때.......(예전엔 동정심이 미안해서 나가란 말도 못하고 속썩어 가면서,,,, 월급줘가며,,, 살았는데...)

 

5. 어린 피노이 여자애들 두서넛씩 데리고 다니면서 자아도취에 빠진 한국 아저씨 보면서,  피노이보다 그 아저씨가

더 불쌍해 보일때....(예전엔 생활전선에서 가족부양으로 애쓰면 산다고 피노 친구들을 안쓰러워했는데 ....)

 

6. 운전 중에 길을 몰라서 피노이한테 길 물어보면서 그 피노이가 가르쳐준 길대로 안 갈 때….. 길가르쳐 준 피노이도

못 믿어서….. ㅎㅎ

(예전엔 가르쳐주는대로 갔는데…..가르쳐 주는 대로 가는 대도 내가 찾는 곳은 쉽게 나타나지 않음…. 에휴….)

 

7. 약속시간에 당연히 늦게 나올 줄  알고, 나도 늦게 출발했는데… 피노 친구가 먼저 와서 어디냐고 보낸 문자에 답하

길….., almost there or 5min이라고 양심에 가책 없이 문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

 

8. 팁이나 뇌물이나 등등 돈으로 해결하자는데 굳이 법대로 하자는 피노이 보면서, 기분 좋기 보다는 무시당했다고 느

낄 때 혹은 주는 돈 안받겠다고 하는 피노이가 이상하게 보일 때…….

 

9. 나보다 한국에 대해 더 잘아는 피노이 만났을 때….. 한국에 대해 묻는데, 대답을 제대로 못하고 얼버무릴 때……

 

10. 물건사면서 100페소, 200페소도 아닌 10페소, 20페소 깍으려고 흥정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11. 한국식당이나 식품점등에서 한국주인아저씨나 아주머니가 필리피노 직원들한테 소리지르면서 야단칠 때, 속썩이

는 필리피노보다 소리지르는 한국주인이 더 이상해보일 때…..

 

 

12. 지독히도 융통성 없는 피노이를 만났을 때, 잔머리 쓸려고 했던 나를 스스로 부덕하다고 생각하면서, 그 지독히도

융통성없는 피노이땜에 짜증이나거나 화가나기보다는, 그 피노이를 자기일을 충실히하는 건실한 사람이라고 칭찬하

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지나가는 세월 속에 나도 모르게 많이 젖어 들어서 피노이화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한국인의 긍지는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