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호와 막걸리가 긴 여행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세부로 돌아왔을때

민박집은 폭탄이 떨어진것 처럼 되어 있었다.

살인 사건이 난 현장처럼 거실에는 핏 자국이 그대로고 침대보는 얼룩진 핏물이 빨갛게

군데 군데 필리핀 섬들의 지도를 그려 놓은 듯 했다.

쓰레기통에는 피뭍은 휴지와 여러개의 사용이 끝난 콘돔들이 버려져있었다.

 

텔레비젼이고 골프채고 방마다 있던 금고까지 세팅해놓았던 민박집 비품이 모두 사라지고

귀신이 지나간듯 민박집은 썰렁했다.

" 도둑이 들었나 봐요? 형님!!!"

" 도둑이 들었어도 싹쓰리파 녀석들 같은데 가스통까지 줄을 끊어 놓고 가져갔어..."

바닷가 민박집을 한국인에게 맡겨놓고 여행을 다녀왔는데

민박집이 폐허처럼 변해있었으니 막걸리는 담배 하나를 꺼내 물수 밖에 없었다.

 

" 저녁에 당장 침대 커버부터 사야 잠을 잘수 있겠구나."

" 저는 그냥 호텔로 갔으면 좋겠어요. 형님 "

" 그래 . 그게 좋겠구나 . 오늘은 그냥 호텔에서 잠을 자고 내일 정신을 좀 차리고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하자구나"

인호와 막걸리는 밤이 늦어 바로 옆 탐불리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탐불리 호텔의 밤하늘은 누군가 일부러 펼쳐 놓은듯 아름다운 별빛들이 바닷가로 쏟아지고 있었다.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에서 파도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산미겔 맥주를 마시니

여기가 마치 내 고향 같고 둥실 둥실 떠있는 바다위의 하얀 보트들은 고향을 노래하는 것 같이

출렁거리며 멋진 밤 바다를 장식하고 있었다.

" 형님. 도둑이 들어서 마음도 편치 않으실텐데 저 까지 형님 부담 되실것 같아서

저는 내일 마카오로 돌아가겠습니다."...

" 그래 마카오로 돌아갈 결심이니?"

" 형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데요?"

" 나는 카렌도 기다려야 하고 디바인도 기다려야 하니 여기서 다시 민박집하면서

여행을 계속하고 싶구나."

 

삶이 어떤 것을 선택하라 끊임없이 요구한다면 사람들은 계속된 선택을 할수 밖에 없을까?

그리고 지금 있는 탐불리 호텔 바닷가에 있는 내 모습이 그동안의 내 선택의 결과였고

그런 것인가?

인호는 스스로의 결정으로 한국을 떠나 험난하고 험난한 세상속으로

사서 고생하는 여행을 엔조이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새벽 여섯시 한없이 펼쳐진 바다 풍경을 느끼면서 잠에서 깨었다.

" 형님. 식사하러 가시죠?"

" 그래 . 바닷가에서 아가씨들이 노래를 하는데... 구경갔다가 밥 먹으러 가자"

바닷가에는 중국 단체 관광객으로 보이는 중국 아가씨들이 새벽 바다를 보며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끝없는 바다를 애찬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밀려드는 중국 단체 관광객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였다.

여행도 인해전술을 연상시키며 하는 중국인들에게 아침 식사를 바닷가 아름다운 레스토랑에서

한것이 분명한데 식사 중에는 시장통 같은 분위기도 함께 만킥하였다.

" 형님. 여행하다 좋은 사람 만나면 같이 하세요."

" 목구멍이 포도청만 아니다면 요트를 타고 세계 여행이 하고 싶구나."

" 저는 세계 여행의 꿈을 꼭 이룰 겁니다. "

막걸리는 인호를 세부막탄 국제 공항까지 데려다 주었다.

공항에서 마카오로 떠나는 인호는 또 그렇게 스스로의 여행을 즐길것이다.

민박집으로 돌아온 막걸리는 민박집을 부탁하였던 한국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네... "

" 혹시 민박집 싹쓸이 하셨어요?"

" 네...필리핀 사람들에게 다 나누워주었는데요."

필리핀에 의적 홍길동이 된듯 자신이 무슨 짓을 한지도 모르는 한국인에게 무슨 말을 하여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적반하장이다.

막걸리는 적반하장인 도둑놈에게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하였다.

도둑질 한것이 겁났던지 홍길동 처럼 숨어다닐 자신이 있는지 전화도 받지 않고

만남도 회피하며 법대로 하라고 하니 세상에 이런일이에 제보를 할까도 생각해보았다.

 

막걸리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나 하나 민박집 비품을 장만하는데

이번에는 집주인이 자신의 물건도 도둑 맞았다면서 브로커를 보내 막걸리에게 항의를 한다.

막걸리는 집주인 물건도 그 한국인이 다 필리핀 사람들에게 나누워 주었으니 변상의 책임을 질수 밖에

없었다. 보증금 삼개월치 십구만오천페소를 포기하기로 하고 집주인과 합의를 보았다.

많이 배우면 뭐해? 배우지 말아야할 도둑질까지 배우고 세상 참 아이러니 하게 사려고 애를

쓰는 사람 ... 쯧 쯧 쯧

 

세월이 약이라고 세월가면 잊혀지겠지 .

막걸리도 이십오년을 국제적으로 이나라 저나라 여행을 다녀서 산전 수전 다 겪어 보았는데

민박집 싹쓸이는 처음 당해본 일이라 어안이 벙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