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선을 보다보면 참 다양한 성격을 가진 분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유독 기억나는 분들이 있지요. 사실 남은 197명의 맞선녀 중에 기가 막힌 인연도 있었고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 여성들도 많습니다.

 

하품녀

신촌에 있는 S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온 인재입니다. 국X은행을 다니는 재원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소개시켜주시는 분 말씀이 집안도 괜찮고 직장도 안정되고 능력있는 아가씨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는 감사합니다 하려다가 예전에 후떡하고 연예인 닮은 아가씨를 소개받는 것이 기억이 나더군요.

먼저 선수쳐보자 하는 마음으로 저는 강호동 닮았는데 나오겠다고 할까요? 하고 여쭤봤더니 그냥 웃으시면서 그럼 둘이 잘 어울릴거예요 하시더군요. (T.T) 흑흑

삼성동 코엑스 1층에서 만났는데 후덕한 몸매와 후덕하고 소보루빵 닮은 정감있는 얼굴을 가진 아가씨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안정되고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고 저 보다 좋은 대학도 나와서 똑똑하니 잘 해보자 하면서 생글생글 웃으면서 인사하고 없는 유머까지 발휘해봤습니다. 15분째 되니까 아가씨 눈에 고이는 저 이슬....

30분을 기어이 채우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소개시켜 준 분에게 다음날 전화를 드렸죠. 제가 닮기는 강호동 닮았지만 재미가 없는 사람이라서요. 하품을 참는 것 같더군요. 그랬더니 소개시켜주시는 분이 "음 이번에도 하품을 참다니 참 어렵네요. 지금까지 소개시켜 준 모든 남성들이 다 같은 이야기를 하던데요"

우뛰~ 내가 잔반 처리반이냐? 아니면 실험용 생쥐냐 (T.T)

 

울컥녀

엄니 동창분의 소개로 강남의 모 초등학교 선생님을 소개받았습니다. 나이가 좀 많더군요. 저보다 한살 밑.

이화여대 나와서 임용시험을 통과한 인재라네요. 암튼 예전의 그 아픔이 있으나 울엄니를 생각하여 그냥 아무말 없이 나갔습니다. 역시 장소는 삼성동 코엑스 1층. 아무리봐도 초등학생들이 이 분을 보면 첫 인상만으로 바로 눈을 아래로 깔고 1년을 지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조심스레 물어봤습니다. 아니 여쭤봤습니다.학생들이 말을 잘 듣는지요? 예상대로 정말 잘 듣는다고 하더군요. 다른 선생님들이 왜 힘들다고 하는지 자기는 이해가 안간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해가 가는데요(속으로...)

그런데 이 아가씨가 좀 적극적입니다. 첫 만남에서 이 아가씨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으로 저는 국민학교때의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제가 애프터를 신청해야만 했습니다. 안하면 뭔가 암튼 뭔가, 혼날 것만 같았습니다.

애프터는 이 아가씨가 사는 원룸 근처인 압구정동에서 이루어졌지요. 메드 포 갈릭? 그때 저는 메드가 영어 mad로 생각되었습니다. 집 주차장에 자기 차를 주차했는데 좀 불안하다고 하네요. 주차장이 협소해서. 저는 거기까지 가서 직접 주차를 해주었습니다. 벽에 딱 붙여서.

세번째 만남은 다시 삼성동 코엑스 1층. 그날은 2월인데도 무척 추웠습니다. 코엑스 남문이 한전 맞은편이죠. 거기서 보자고 했지요. 약속시간 30분전에 도착해서 한전 옆에 차를 주차시키고 남문 옆에 있는 만국기 깃대 있는 곳을 왔다 갔다 하면서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약속시간이 10분이나 지났는데도 안오네요. 40분을 밖에 있었더니 너무 춥더군요.

할 수 없이 코엑스에 들어가서 10분을 더 기다리면서 문자를 날렸습니다. "차가 많이 막히는데 천천히 오셔요"

그랬더니 곧 도착한답니다.(결국 30분 늦게 오더군요) 10분이 더 지났습니다. 전화가 오네요.

여자: 자기는 추운데서 10분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냐?

로트렉: 코엑스 남문에 있다.  

여자: 남문이 대체 어디냐? 어떻게 이렇게 약속장소를 잡을 수 있냐?

로트렉: 주변에 뭐가 보이시나요?

여자: 만국기있는데 있고 정면에 한전이 보인다.

만났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을 한번에 제압하는 분위기 있는 얼굴의 근육을 푸들거리면서 화를 내더군요. 자기는 추운데서 10분이나 덜덜 떨었는데 어떻게 남자가 자기만 살자고 실내에 있을 수 있냐. 그러더니 전화기를 집어 던지려다가 제가 빤히 쳐다보니까  가방에 던지더군요.

로트렉: 오늘은 마음이 서로 편치 않을 것 같은데 조금 가라앉히고 다음주에 뵈면 어떻겠습니까?

여자: 휙~(대답도 없이 바로 사라졌습니다)

그날 저녁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오늘 저는 30분 일찍 도착해서 밖에서 40분을 기다렸습니다. 너무 추워서 잠깐 들어가서 기다렸는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신 것 같은데 화 푸시고요 조금 마음을 가라앉히셔요"

답장이 오네요. "제가 좀 성급했네요."

저도 답장을 보냈습니다. "제가 많이 모자라서 미안합니다. 조금만 생각이 깊었다면 오늘 추위에 떨지 않으셔도 되었을 텐데 미안합니다. 아무래도 저는 인연이 아닌 것 같으니 더 훌륭한 분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나중에 엄니께 들은 이야기인데 그 아가씨 부모님이 제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엄니 친구분께 연락을 했었다고 하더군요. 저 정말 무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