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필핀에 이민 오려다가 다시 생각 하신다는 분의 글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봅니다.

왜 필핀에 대한 부정적인 면들이 이토록 강조되고 회자되는지....

 

저는 15년여 전에 어학연수를 이곳에서 했습니다.

딸락이라는 시골마을 이었죠.

직장 생활 하다가 영어가 딸린다 생각 하여 회사에 쫄라서 값싸다는 이유 하나로 필핀을 선택했죠.

내돈 아니고 회사 돈인데 한푼이라도 싼데로 가야 윗분이 결재 해 주실거라 생각해서....

그때 나이도 30대 초반이었고세상물정 어느정도 알 나이였고 참 좋은 이미지로 필생활 6개월 하였습니다

 

한국 돌아가서 하는 일이 IT 그것도 금융권 아이티 컨설팅인지라 큰 프로젝트 하게 되면

프로젝트 종료후에 고생한 팀원 혹은 관련 고객 모시고 골프투어로 무조건 필리핀에 왔습니다.

아마 얼추 지금까지 20여 차례 왔을려나........

가족 휴가도 해외로 간다하면 무조건 필리핀.........

그게 제가 가지고 있는 필리핀의 이미지 입니다.

전 그냥 좋습니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뭐랄까............

외국계 IT 회사를 다니다 보니 미국 유럽등 소위 말하는 선진국으로 업무차 출장을 가게 되는데

특히 본사에 출장을 가게 되면 제 딴에는 나름 인맥을 쌓아 보고자 본사 양넘들에게 때론 잘 보이려고

때론 친해보려고 어떤땐 저녁도 사고 어떤땐 바에가서 술도 사고 하지만 그래봐야 그때뿐..........

나는 어차피 색갈이 누런 동양인일뿐.....

물론 자격지심이겠지만 제가 받는 느낌은.............

뭐랄까...........

내가 한국에 있을때 안산이나 인천에 갔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동남아 근로자를 봤을때....

당연히 내가 그들을 무시 하거나 경시하는 마음은 없지만 왠지모를 이방인을 대하는 듯한 시선으로..........

제가 미국이나 유럽 소위 선진국이란데서 받는 느낌이 딱 그런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필핀은 시골만 살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순박하고

누구나 친구 하고 싶어하고

사소한 친절에도 참 고마워 하는 그런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물론 도시에 사는 이들은 당연히 다르고 어떻게든 한푼이라도 뜯어내려고 눈에 불을 켜고.........

하다못해 도시에서 결찰도 소위 악어처럼 어떻게든............

하지만 시골 경찰은 180도 다릅니다.

길 물어보면 결찰차로 에스코트 해 가며 알려 주기도 하고 꼬투리 잡는거 여지껏 한번도 없었습니다.

어떤땐 안전벨트 안해도 외국인이라도 안전벨트 해야 된다며 웃으며 보내주기도 하고.............

 

제가 느끼는 필리핀과 도시에서 부댓끼며 다른분들이 느끼는 필리핀은 참 다른가 봅니다.

 

어쨌거나 미국에 출장가서 몇달 지내던 시간보다

시골 촌구석에 처박혀 돼지나 키우고 있는 지금이 훠얼씬 맘도 편하고 좋습니다.

 

물론 다른 생각 가지신분들도 많으실거고

또 저와 사는 환경이 다르니 대하는 사람들도 다르고 각자 의견도 생각도 다르겠지요.

시골촌구석에 쳐 박혀 상다보면 사기 당할 일도 없고 사기칠 일도 없습니다,.

김치에 밥한공기 기분좋으면 찌게 하나면 먹고사는데 지장 없으니 돈 빌릴일도 없고

촌 구석에 돈빌려 달라 할만큼 친분이 있는 사람도 없고

그저 돼지들만 밥잘먹고 잘 커주면 아무 근심 없으니 여기가 천국이 아닌가 합니다. 뻥이 좀 심한가요? ㅎㅎ

천국까지는.............ㅋㅋ

 

마땅한, 변변한 마트 하나 없고

인터넷 개판이라 스카이프로 가족과 통화하는것 조차도 잡음이 많아 어렵고

시도때도 없이 정전이라 때론 욕나오고

때론 심심해서 정말 심심해서 당구장이라도 노래방이라도 볼링장이라도 있었으면 하지만

언감생심이지요. 개뿔 여가선용은 다른 나라 이야기죠.

길은 포장이 안되어 담배피는거보다 더 해로울듯한 먼지 구덩이....

오~ 쓰다 보니 나쁜것도 아주 많네요.

 

오늘도 역시 배가 산으로 가는군요.

새내가 뭔 말이 이리 많은지..........

막상 사람들 앞에선 제대로 말도 못하는 위인이 글빨로만...........

 

오늘 두번째 돼지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11마리............. ㅋㅋㅋ

예상보다 많이 나와서 기분이 좋습니다.

다만 게중에 눈에 띄게 작은 녀석들이 몇있어서 요놈들 관리가 벌써 부터 걱정 입니다.

부디 아프지 말고 잘 커줘야 할텐데........

 

앞으로 한 2주정도 쉬었다가 다시 한마리 그다음주 또..... 뭐 이런식이네요.

 

왠만하면 남한테 신세 안지고

신세 지기 보다는 눈꼽만큼이라도 베풀고 산다면 어디나 살만 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멀었지만 전 와이프 은퇴하기만 눈빠지게 기다립니다.

그때까지 제가 살벌한 필리핀에서 굶지 않고 살만큼 자리 잡으면 와이프랑 같이 따뜻한 필리핀에서

알콩달콩 살면서 그간 못해준 호강 시키고 살고 싶은데............

 

그전에 대박 왕사기 맟아서 그지돼서 한국가게 되면 와이프에게 대접도 못받고 쿠사리 들으며

남은 여생을 보내야 할텐데 제발, 부디, 절대로 그런일은 없기를 바라고

오늘도 돼지똥 치우고 새끼 받으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내일도 뭐 별반 다르지 않겠지요.

 

모두들 성공 하시고 존경받는 코리안이 되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