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연수원에서 제일 먼저 배운것은 생전처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접해보지 못했던 퍼스널 컴퓨터 자판 치기였다.

비단 나 뿐만은 아니었던지

다른 놈들도 이미 굳어버린 열손꾸락으로 자판 두들긴다고 고생이 장난 아니었다.

성질 급한 놈들은 기어코 조류(독수리타법)과로 진화해버리고

대전 연수원에서 나에게 탁구 가르쳐줬던 그인간은 묘하게도 타자도 무지하게(?) 잘 쳤다.

그인간이 내게 말하기를, 처음엔 어렵고 더디더라도 기어코 열손가락으로 쳐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 안한다고...

그러나  옆에서 독수리가 마구 날라 댕기는 소리와 그런 독수리들이 갑자기 태클 (누가 최고 타수 나오나 내기해서 음료수 사기)들어오면 당장 나도 새가 되어 날아가고 싶었다.

아무튼 초반 3주까지는 독수리들한테 허구헌날 깨졌던걸로 기억한다. 최고타수래 봐야 150 타 언저린데... 그걸 하나를 못 이기고 주구장창 음료수만 샀으니....

지금?? ㅎㅎㅎ 지금은  아마 내 또래에서는 거의 최고 레벨이 아닐까??  한메로 680 타까지 기록해 보았으니...물론  장문은 아니다 -_-;;;;

 

 

우리들이 열심히 컴터 자판이랑 돼도않는 전투를 치르고 있을때  나의 그 독수리5형제 그녀는  그녀의 정신세계와 치열하게 전투중이었다.

나주 연수원에 입소한 그 다음날 에 우연히 식당에서 마주쳤는데, 그녀는 나의 자리에 합석을 하더니 그날 후식으로 요구르트가 제공되었었는데, 그 요구르트를  밥에다 부어놓고는 이것이 최신 마요네즈라니 머니 하면서 밥은 먹지도 않고 끊임없이 두서없는 얘기들을 풀어 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엔  강의실에 들어와서는  담당 교수가 강의 진행하고 있는동안 창가에 걸터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를 이상하게 여긴 교수가  내려오라고 해도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그 다음날,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던지 나주연수원 교수 임직원들이 모여서 그녀의 처리 문제를 논의를 했었다.

그리고는 .. 또 내게  최종적으로 확인을 해 왔다.

 

현재 그녀의 상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 왔는데...

나는 솔직히 지금 그녀의 상태로는 도저히 연수를 마칠수가 없는 상태같다고 대답을 했고

내 의견을 존중한건지 아니면 이미 내부적으로 방침이 정해졌었는지 몰라도

그 다음날 오후에

그녀의 어머니가 연수원으로 내려오셔서 그녀를 데리고 갔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녀의 상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것 같았다.

이미 대학교 재학시절에 지금과 같은 증상을 보여서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력이 있었다고 한다.

 

아~~~~~~

나의 첫사랑을 너무도 닮았던 그녀는  그렇게 쓸쓸히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