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방 차린 중국인 남자 이야기

 

화장실에 살림을 차린 한 가장의 사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사는 정링쥔(曾令軍)은 시내 호텔의 화장실에서 아내와 이제 갓 돌이 지난 아들 등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 방으로 꾸며진 화장실은 남자용 변기 두 개가 그대로 있다. 그곳에 침대를 놓고 컴퓨터와 TV를 들였다. 변기만 없으면 영락없는 살림집이다.

지린성 퉁화시가 고향인 그는 고교를 졸업하고 공업대학에 가려했지만 한해 5000위안(약 90만원)의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진학을 포기했다. 이후 돈을 벌기 위해 선양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서 삶은 녹녹치 않았다. 특별한 기술도 없던 그는 손쉽게 할 수 있는 구두닦이를 시작했다. 손재주가 있던 그는 구두뿐 아니라 열쇠·지퍼 등도 수리했다. 길거리에서 구두 수선을 했지만 성실성이 알려지며 손님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수선공의 수입으로 집을 마련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러다 2006년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값싼 호텔 화장실에 세들어 살기 시작했다. 호텔측에서 사용하지 않는 화장실을 빌려준 것으로 추측된다.

호텔 화장실은 그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 베이징올림픽이 한창이던 2008년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만났다. 가진 것은 없었지만 화장실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그는 "이 화장실이 즐거운 나의 집이다. 아내를 만나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건강한 아기도 태어났다. 난 가진 것이 많은 행복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욕심이 가득한 세상에서 그의 모습을 보니 반성하게 된다", "가진 것 없이 살아도 행복하고 긍정적인 모습이 대단하다","정링쥔보다도 그를 사랑해준 아내가 더 대단한 것 같다" 며 응원의 댓글을 올렸다.

안지은 리포터, [출처=news.163.com.로이터=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