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도둑놈 얘기를 했었지요..

오늘은 그 후에 있었던, 주변 사람들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필리핀 사람들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하고....

 

저희 가게 옆에 '쉘루 '라고 클럽이 하나 있습니다....

클럽이니까 지배인이 있겠지요... 그 지배인에 관한 얘기입니다...

저희 가게를 포함해서 주변의 가게들이 돈을 조금씩 갹출해서 경찰을 고용했다는 말씀 드렸는데요...

이 생각이 사실은 그 지배인에게서 나온 겁니다...

경찰을 고용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저와 주변 가게주인들은 너무나도 흔쾌히 받아들였구요...

저는 오히려 그에게 고맙다는 말도 일곱번쯤은 했습니다...

고용하고 나서 경찰들이 이 골목에서 3 인조 강도도 잡은 적이 있습니다...

가게 주인들이 흔쾌히 동의도 했겠다, 강도도 잡았겠다...

.이 친구가 으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일이 빵 터진겁니다....

자존심이 무척이나 상했나 봅니다....

그럴수 밖에 없지요...

가게에 와서 ' 경찰서에 가서 레포트를 써야한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그놈이 또 오면 잡을 수 있다..'

' 잃어 버린게 뭐냐 ', ' 누가 봤냐 ' ,등등등 막 물어보고 다니면서 바쁩니다...

그리고 저에게 슬그머니 다가와 정말 무서운 말을 합니다...

 

' 니가 원하면 내가 그 놈 죽여주겠다 '

 

장난이거나  나를 위로하려고 한 말이 아닙니다..

눈에는 결의가 넘쳐납니다...

지금이라도 그 놈 보이면 정말 죽일 기세입니다...

저는 ' 이걸 어떻게 대답하지 '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 일단은 경찰서에 가서 레포트를 먼저 쓰자 ' 라며 대답을 피했습니다..

 

갑자기 무서워졌습니다...

' 아 .. 이 필리피노들 정말 무서운 친구들이다... '

' 자기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구 스스럼 없이 죽인다고 말하는....무서운 친구들이다 '

 

갑자기 도둑 놈이 걱정됐습니다...

 ' 다시는 이쪽으로 오지말아야 할텐데... '

내 물건 도둑 맞을까봐 걱정되서가 아니라 왔다가는 진짜 그 지배인에게 죽을 것 같아서 였습니다...

 

경찰서에 가서 레포트 쓰고 오니까 기다리고 있습니다...

' 잘 끝났냐' 고 묻고는 표정 하나 안 바꾸고 또 얘기합니다...

 

' 니가 원하면 내가 그 놈 죽여주겠다 '

 

오늘 필리피노들이 갑자기 막 무서워 지는 밤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