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오미론(五味論)

 

‘아내란 오미(五味) 구존(具存)이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오미(五味)란 쓴맛 · 단맛 · 신맛 · 짠맛 · 매운맛의 다섯 가지 맛을 말하는데, 아내라는 존재는 이 다섯 가지 맛을 빠짐없이 모두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제 막 결혼한 아내는 마치 꿀처럼 달콤합니다. 그러다가 살림에 재미가 붙기 시작하면 장아찌처럼 짭짤해지고, 거기서 맛이 좀 더 쇠게 되면 시금털털한 개살구처럼 신맛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 뒤로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르면 그 때부터 톡톡 쏘는 매운맛이 나기 시작하는데, 아내로부터 실컷 맛보게 되는 이 매운맛은 땅벌조차도 감히 따라오기 어렵게 됩니다. 이 매운맛조차 사라지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죽을 때까지 쓴맛 한 가지만 남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아내 오미론(五味論)’의 핵심입니다. 어째 그럴 듯하지 않습니까?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아내로부터 다섯 가지 맛을 다 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여러 가지 맛을 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아내는 남편인 저에게 여러 가지 맛을 보여 주었는데, 저는 과연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어떤 맛을 보여 주었는가 하고 반성해 봅니다. 음식이 맛이 없고 싱거운 것을 ‘덤덤하다’ 또는 ‘밍밍하다’고 하는데, 제가 아내에게 선사한 맛이란 덤덤하고 밍밍한 무미건조(無味乾燥)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하고 반문해 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한 움큼의 소금’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한 움큼의 소금’을 찾아 아내에게 참맛을 선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