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 "박하사탕"

 

영화의 주인공 ‘영호’는 사업은 망하고, 아내는 도망가 버린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남자입니다.

1999년 화창한 봄 날 그는 돌아갈 것이라는 말만을 남긴채 기차 선로 위에서 그 생을 마감합니다.

시간의 흐름상으로는 이 부분이 이 영화의 마지막 결론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결말을 보여준 후 ‘영호’의 삶을 역추적해 나갑니다.

 

 

영화 박하사탕은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사건을 역순으로 보여주는

독특한 형식의 영화입니다. 즉 이미 결과가 제출돼 있는 상태에서, 순수했던 한 사람의 인생이

정치적 환경이나 사회적 역학구조의 변화에 따라 얼마나 철저하게 변질되어 가는지 그 과정을

기차가 거꾸로 가는 상황의 설정과 박하사탕이라는 단순한 물건을 통해, 시간을 거스르며 그려냅니다.

이 영화에서 언급되고 있는 시대적 배경은 1999년부터 1979년까지의 20년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광주 민주화 항쟁, 전두환과 노태우로 대표되는

군부정권, 1999년부터 1994년까지는 군부집권이 막을 내리면서 격동기를 어렵게 살아낸

우리시대의 가장들, 이미 꿈, 야망, 사랑, 희망까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세기말의

암울함과 도덕적 가치관의 몰락 등을 사회적 배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영호의 삶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상당히 모호하게 만듭니다.

영호 자신의 삶은 역사적 의미로는 가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변한 이유는 또 사회적 의미로는 그를 피해자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과거 박하사탕으로 상징되는

순수와 사랑을 잃어가는 영호는 첫사랑 순임을 자신의 영혼의 타락함을 이유로 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즉 시간적 흐름으로는 순임을 만나게 되는 강가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영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래의 자신의 인생에 대한

암묵적인 상징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박하사탕 영화는 영호라는 주인공의

변화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라는 모습은 지금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그 누구도 그 당시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암울하고, 자유스럽지 못하며,

부조리로 가득 찼던 시대를 살아온 영호는

그렇게 돌아가겠다는 말만을 남긴채 자신의 삶을 마감합니다.

또한 20년전의 영호도 자신의 삶이

이 곳에서 마감될 것이라는 것을 아는지 조용히 눈물을 흘립니다.

순임이 주었던 박하사탕이 가장 맛있었다고

순수하게 웃던 청년 영호는 20년 뒤 우리가 관통했던 그 역사의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더럽혀진 자신의 몸과 마음을 모두 접어버리게 됩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영호의 가슴 시린 사랑보다는 영호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

이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체제에 대하여 조금 더 분노하게 만든 이 영화는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라는 상투적인 결론을 던지기보다는 순수하고 깨끗했던 한 영혼을 그렇게까지

만들어버린 책임을 우리들한테 전부 물어보고 있습니다.

그가 돌아가고 싶어했던 그 시간과 장소는

20년전 순임을 만났던 바로 이 장소일 겁니다.

하지만 20년 전 영호는 바로 이 장소에서 눈물을 흘립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가장 눈부신 날이라고 생각해서 그랬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 한빛동문회 영화감상문<박하사탕> 석관 -

 

설경구 주연의 영화 <박하사탕>이 1999년에 개봉이 되었으니 벌써 13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군요.

같은 해 10월 시작한 주식으로 인해 패가만신이 되어 그저 죽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던 이가 있었습니다.

2000년 가을 어느날, 하나뿐인 동생이 찾아와 컴에 다운시켜 놓고 간 영화가 바로 박하사탕이었지요.

" 형, 꼭 보소. 느낀 점이 많을거네."...,

알았다고 알겠으니 가보라 하고 영상을 열고 몇 장면이나 지났나

어린 시절 동생과 여러명의 조카들을 데리고 놀던 동네 앞 작은다리

기찻길과 너무도 흡사한 장면이 펼쳐지고..

박하사탕의 주인공 영호(설경구)는 고향 친구들의 만류로 인해,

부르고 있던 센드 페블즈의 '나 어떡해'를 멈추고

미친듯이 강물 속으로 뛰어듭니다.

그리고는 친구들(자기 자신 외로는 모두 방관자일...) 사이를 빠져나와

기찻길 위에 올라 괴로운 표정으로 '안돼, 안돼'만 외칩니다.

그리고 첫번째 기차에 이어 두번째 기차가

급한 기적 소리를 울리며 굴 속에서 나오는 장면에서 본능적으로,

아.. 저러다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 속을 스치는 순간,

자신을 향해 질주하는 기차를 향해 몸을 돌리고 외치는 영호의 격한 절규..

나 다시 돌아갈래.. 나 다시 돌아갈래는 영호도,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그의 모습이었습니다.

자신의 손으로 거두어 키우다시피한 동생이 왜 이런 영화를 보라 했는지 눈에 핏발이 섰습니다..

 

비통한 마음에 영상을 중지시키고 다시 보는데만 10년 넘은 세월이 흘렀던 영화.. 박하사탕...

숱한 날들을 원한으로, 불면으로 지세우며 통곡 속에 재기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린 후에야 눈에 들어온 영화,

차라리 이 고통을 주신 신에게 감사하자고

모든 잘못을 스스로에게 돌린 후, 인터넷을 뒤져 보관해 놓은 박하사탕,

마음 속의 허욕을 모두 버리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여 본연의 모습을 대부분 찾은 후

마음 편하게 시청한 영화,

 

시간이 허락하신다면 한번 더 보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