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다니던 회사가 공장을 폐쇄하면서 본의 아니게 쉬게 되었죠.

무작정 라켓 몇자루 들고 작년 여름에 필리핀에 왔다가 여기에 눌러 앉아야겠다 생각해서 필리핀 주재원 자리를 많이 찾았습니다.

결국 찾지 못하고 조그마한 회사에 있었는데 결국 주재원 자리가 났네요.

그런데 체코로 가라고 합니다.

 

필리핀은 여전히 내전이 있는 곳도 있고 사기꾼들도 많고 한국인을 봉으로 아는 악어들도 많고 덥고 습하지요. 그리고 한국사람들 기준으로 봐서는 비합리적인 일처리도 적지 않지요.

그러나 제게는 그런 것 들을 상쇄시키는 뭔가 아련함을 느꼈습니다. 그저 마음을 비우고 일하다가 더우면 잠시 담배 한모금에 냉수 한그릇이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간이 작아서 사업보다는 월급 받는 것이 제격인 사람이다보니 필리핀 주재원이 참 간절했습니다. 그냥 회사에서 열심히 일만 하고 퇴근해서는 다 잊고 문명의 이기가 조금은 덜 한 상태를 즐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이제는 진짜 은퇴해야지만 필리핀에서 살게 될 모양입니다.

나이든 부모님을 한국에 두고 체코로 가서 살려니 마음도 정말 편치 않습니다. 일흔이 넘으신 아버지와 일흔을 바라보는 어머니가 아흔이 넘으신 외할머니를 모시고 사시는데 참 멀리 떠나게 되었습니다.

올 여름에는 부모님과 외할머니를 모시고 필리핀 여행을 해볼까 합니다. 중학교 이후 한번도 부모님과 여행을 가본 적이 없네요.

제가 벌어서 부모님을 여행을 보내드렸어야 했는데 너무 늦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빨리 장가를 가야하는데 자꾸 밖으로 나돌고 있으니 이 또한 참 답답하네요.

그리고 드디어 내일 201번째 맞선을 봅니다. 194가지 맞선 경험담이 남았는데 195가지가 되어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