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죽으면 장성택, 김정은에 복종 안한다
북한의 ‘초토화’ 협박과 제3차 핵실험이 임박한 가운데 최근 김정은이 노동당 제1비서와 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됐음에도 북한의 권력구도상 아직 김정은 체제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30일 <데일리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김정은 체제의 존속 여부에 대해 “유일한 백두혈통인 고모 김경희가 사망하면 김정은은 홀로서기를 할 수밖에 없고, 고모부 장성택도 지금으로선 김정은에 복종하는 자세를 보이지만 김경희가 사라지면 알 수 없게 된다”며 “따라서 벌써부터 김정은 체제가 정착했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선 지난 4.13 로켓 발사 실패를 만회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 북한이 최근 강도 높은 협박 발언을 연이어 내놓는 것에 대해서도 ‘빈말’이 아니라 실제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홍 교수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핵탄두 소형화를 실현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미사일 수준 향상과 함께 사실상 북한이 핵 공격력을 갖추게 됨을 의미한다”며 “이는 우리 대한민국 입장에선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회의 다음날인 지난 2009년 4월 10일자 4면에 최고인민회의에서 선출된 국방위원회 구성원 전원의 얼굴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윗줄 맨오른쪽이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사진 중간줄 맨 오른쪽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연합뉴스

또 그는 “지금으로선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지만 미국 측에선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또한 사이버테러나 국지전 형태로 북한이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위기관리 공동대응’ 차원에서 군사적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북한의 도발 위협을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은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거치면서 우리의 강력한 대북 보복 메시지가 전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최근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며 “도발에는 강력한 보복 응징이 따른다는 교훈을 행동으로 보여주기 전에는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도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1992년 한·중 수교가 성사될 당시만해도 중국은 한국 주도의 통일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90년대 초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중국은 개혁과 개방에 박차를 가했고, 마침 한·중 경협 등이 시작되면서 한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할 때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던 것이 김대중 정부 들어 남한이 북한을 지원하고 나서자 중국의 대북 전략도 바뀌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홍 교수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한국과 중국의 외교기록을 들었다. “양국의 외교기록을 살펴보면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한국 중심이었다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기해 달라졌다”면서 “당시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중국은 한국사회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북한에 대해 맹목적인 지원과 굴욕적인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과정을 지켜보던 중국이 한국 정부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가졌다”고 했다. “이를 기화로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시켰고 전통적인 혈맹관계까지 복원시켰다”는 것이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1993년 한·소 수교가 맺어진 이후 우리와 관계가 호전됐던 러시아 역시 2000년 푸친 대통령 이후 북한과 신 우호조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북한이 지금과 같은 핵개발 능력을 갖추게 된 배경에는 김대중 정부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과거 10년동안 매년 식량 40만톤에 비료 20만톤 이상을 지원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홍 교수는 “결국 북한이 핵무기 보유 등 국제사회를 위협할 능력을 갖추게 된 지금 중국은 국익을 우선해 북한을 전략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그동안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 반대보다 북한의 체제 유지에 관심이 컸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이라도 남한이 북한에 대한 확고한 태도를 보인다면 중국도 우리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중요한 것은 내부의 단합으로 한국 정세를 민감하게 조망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남한에서 한목소리가 나올 때 이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그는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에 지원을 단절해도 달라진 게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침 이날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멘토로 알려진 법륜스님은 ‘북한을 계속 압박하면 핵개발에 더욱 나설 것’이라는 발언도 했다.

하지만 홍 교수는 “모든 변화에는 전환점이 필요한 법인데 현 정부가 때로는 유화책을 보이면서 우유부단하게 대응한 것이 오히려 약점을 제공하면서 도발을 불렀다”고 평했다. 이어 “법륜스님의 발언이야말로 북한 내부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 못한데서 나온 것”이라면서 “북한을 지원하지 않으면 도발할 것이라는 우려는 바로 북한의 논리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이 북한의 논리에 따라 발언하는 것 이해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다만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우선 남북간 군사력에 불균형이 생기게 되고 동북아의 역학구도가 바뀌는 것이므로 많은 변수가 생기게 된다. 더구나 2015년 한·미연합사가 해체될 경우 우리 안보 상황은 예측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