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추(反芻) - 13 -
기사회생...
이젠 더 이상 하우스에 입장할 돈도 없었다. 게임을 하고 싶다, 게임을 해야만 한다...라는 생각은 오직 나만의 집착일뿐...그 누구도 나의 입장이나 나의 처지를 돌아봐주질 않았다. 그게 바로 현실이다. 세상이란 전쟁터인 것이다. 온갖 권모와 술수속에서 미소와 협잡으로 서로를 죽여야 내가 살수 있는... 하지만 아주 간혹의 진심,우정,사랑...속에서 우린 감동받고 목메이는게 아니었던가!!!
예전의 부동산 선배가 내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몇일을 씻지도 않고 면도조차 걸러서 까칠해진 내 얼굴을 부여안고 한동안 아무 말 없이 펑펑 울기만 했다. 그렇게 한참을 소리내어 울던 선배는 연신 딸꾹질을 해대면서 말을 꺼냈다. "세상에 너같은 놈이 없는데... 이그~지지리 복두 없는 넘..." 난 그저 고개를 떨군채 장판의 무늬만 손톱으로 긁고 앉아 있었다. "이 자식아! 쪽팔리지? 열받지? 그럼 얼른 일어나! 옛날처럼, 예전의 그 당당하고 멋진 장현이로 돌아가란 말야!" 씨벌~대책없이 또 눈물이 나왔다.
말 그대로 회한의 눈물이었다. 난 결국 소리내어 울고야 말았다. "흐윽~ 형...나 마누라도 새끼도 다 처갓집에 뺏겼어여.허엉~끄으윽...컥컥!!!"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하는 나를 그 선배는 꽈악 끌어 앉았다. 그동난 그 선배도 일산 신도시로, 분당으로 투자를 하다가 건달들 텃세에 몇차례의 물을 먹고는 많이 기울어 있었다. 고사하는 나를 굳이 잡아끌고는 사우나로 데려가 목욕을 시키고, 머리를 깎이고, 옷을 사입히고서 자신의 집으로 나를 데려갔다.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형수앞에서 오버를 해댄다.
날 의식이라도 하듯..."어이! 우리 장현이 오랫만에 보지? 이놈 살 많이 빠졌지?" 형수도 덩달아 가세해서 오버를 한다. "삼촌! 얼굴이 왜이래? 에구~ 영화배우 뺨치던 멋쟁이 우리 삼촌이 이젠 노친네가 돼 가나봐..." 입으론 하.하 웃으면서도 눈엔 눈물이 가득한 형수였다.
그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형은 단호하게 결정을 지었다. "장현아! 사실 형도 많이 기울었다. 요즘 조금 힘들어...그러니 옛날처럼 니가 형을 살려줘야해, 아니면 그냥 우리 모두 서울역 지하도 가서 옹기종기 모여살든지... 이 집으로 대출을 받을 거야" 난 극구 만류했지만, 선배도, 형수도 날 만나기전부터 뭔가를 결정한 듯 고집이 대단했다. "현아! 니가 아니었으면 이미 형은 예전에 거지됐을거야. 그나마 니가 건져준 걸 형은 지키질 못했다. 이건 형이 네게 거는 마지막 도박이다.
근데 형은 널 믿는다. 넌 예전 그때처럼 형을 다시 일으켜 세워줄 거야. 형은 믿는다.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형이나 형수는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몇일 전 약속을 했다!" 내 답을 한참의 침묵으로 기다리던 선배는 담배를 한대 권하면서 불을 당겨 주었다. 담배를 쥔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본 선배는 "이놈아! 젊은 녀석이 벌써부터 손떨면 죽을때 다 된거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쳐들어 선배와 형수를 번갈아 쳐다보니 환한 미소로 내 얼굴을 응시해 준다. 마음속에 불같은 투지가 끓어 올랐다. "그래! 난 살고싶다!!! 난 반드시 일어나겠다!!!"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 받은 돈, 정확히 팔천이었다. 무엇을 할건지, 어디에 쓸건지도 선배는 묻지 않았고, 나역시 아무 말도 안했다. 난 빚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다. 내 유일한 장점이 딱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터무니없이 기억력이 좋다는 것과, 두번째는 터무니없이 순발력이 좋다는 것이다. 전과 투성이에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내겐...노름에서 진 돈, 오로지 그 길 만이 승부처였다. 난 하우스로 향했다.
선배가 대출 받아준 팔천에서 삼백여만원 까지 가는 길은 그리 험하지(?) 않았다. 거의 한달여 만에 칠천이 넘는 돈을 다 날렸다. 허무하게 돈만 날렸나 싶었더니...아니었다. 난 로우바둑이가 내 궁합에 맞다는 걸, 그때서야 알게 된 것이다. 이상하게도 오디에선 잃었다. 근데...바둑인 아니었다.
아마도 겜블에서의 내 두둑한 배짱은 아무것도 가늠할 수없고, 보이지도 않는 바둑이가 더 먹혔던 가 보다. 변수가 허용 되는 게임... 변수를 최대한 읽어 주는 게임...
"그래! 바둑이 마져도 날 받아 주지 않는다면 게임 끝난 거다." 필사의 각오로 게임에 임했다. 테이블 머니가 삼백짜리였기에 그 판에서 올인이면 생존의 기회는 전혀 없다는 각오로 게임에 임했다. 주위에서 슬슬 날 향한 야지에 구찌가 오고간다. 당연하다.
게임 스타트 후 두 시간 가까이 난 매판을 거의 패턴에 아침, 그것도 땁 컷트만 하면서 다이를 했으니까... 속으로 같은 말을 되뇌이면서 나를 달궜다. "씹새들 많이 컸네. 감히 나한테 구사바리(구찌)를 다 놓는 군... 니들 언젠간 두고보자!" 그 후론 블러핑이든 진카든 먹힐 수밖엔 없었다. 원타임 연장 들어가고 그날 난 결국 쇼돌이에 가까운 승리를 했다. 이천 가까이 이겼다. 그리고 이어진 게임들...난 오프에서 두달여 동안 거의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지금도 남부지구에선 노름꽤나 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희자 되곤 한다. 난 열판을 붙으면 아홉판은 이겼다. 승률 90%...그것도 거의 쇼돌이 식으로... 한판의 패배란 내가 맨징(본전)을 하지 못했을 뿐인 경우였으니, 난 거의 백프로에 가까운 승리를 하고 다닌 셈이다.
사채가 왜 무서운지 아는가??? 그건 사채의 이자가 복리에 복리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주식에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복리의 무서움을 알 것이다.
그렇게 번 돈들을 난 거의 다 포커에 쏟아 부었다. 결국 석달여 만에 난 경인 일대 하우스에서 부르기 꺼려하는 선수 세손가락 안에 들게되었다. 난 석달여만에 4억 가까이 돈을 벌게 된것이다. 그것도 노름으로...
내 지론하에서의 바둑이란 실로 간단했다. 무조건 아침 땁 컷후의(이때 진카가 따라준다면 금상첨화) 점심 스테이다. 스무판중 열 대여섯 판은 그랬다. 그 후는 무자비한 따발총 사격이다. 온과 오프가 다른 것이 이것이다. 간간이 재볼려는 뒤빠꾸는 오프에선 절대로 허용이 되질 않는다. 칩과 현금질은 선수들이 받아 들이는 개념 자체가 천지차이다. 그래서 컷트와 레이스질때 더더욱 중요한 건, 평소 상대선수의 게임 운영 스타일이다. 이 사람이 KGB,스타일 인지, 아니면 껌 스타일 인지를 파악하는 게 관건이다. 거기에 내 기억력이 많은 도움이 된건 사실이다.
경인쪽 하우스들로부터 경계를 받으면서 난 게임을 접었다. 어차피 난 겜블러 인생이 아니었으므로 미련없이...
그때까지 모아둔 돈이 4억 7천여...난 마다하는 선배에게 굳이 2억5천을 드렸다. 엄연히 선배와 후배 사이는 격과 차이가 필요한 것이므로... 남은 돈으로 난 다른 사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창 돈벌이가 된다는 연예계쪽으로 안테나가 기울고 있었다. 내 나이 어느덧 서른 살...
헌데, 난 몰랐다. 아내가 딸아이를 안고 가출해서 날 찾아 헤매고 있다는 사실을...
AI answer
Lorem ipsum dolor sit amet consectetur adipisicing elit. Aliquid pariatur, ipsum similique veniam. Quisquam, quod. Quisquam, quod. Quisquam, quod. Quisquam, quod. Quisquam, quod. Quisquam, quod. and the drug lord.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