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그냥 필고에서 활동하시고 지금 필리핀에 계신 분들이 부럽고..필리핀에 가고싶은 마음에 거의 매일 필고에 출근도장 찍고있어요. 필고에 있으면 잠시나마라도 필리핀의 기억들이 생생해지거든요..

 3년 전 어학연수, 아니 피정이나 도망처럼 필리핀에 왔습니다. 일-학교-집..무한반복에 스트레스..습관같은 인간관계..

전 시골여자라 비행기를 타는건 물론 해외로 가는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모든게 인상적일 수 밖에 없었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었고 한국에서의 일상은 흐려지고 멈춘 듯 했습니다.

처음엔 영어실력을 키우는데에만 집중하느라 신경이 곤두서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필리핀의 풍경들이, 생활들이, 문화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필리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난 그냥 학비가 저렴해서 왔는데..

위험하다고 늘상 듣긴 했는데 일부러 필리핀 사람들도 매연때문에 잘 걷지도 않는 거리를 걸어다니고, 경로도 모르는 지프니를 타고 일부러 길을 잃어 보기도 했죠.. 전 남들보다 운이 좋았는지 길도 잘 알려주시고 친절한 필리피노만 만났었어요.. 모든 풍경들을, 그들만의 생활을 조금 더 눈에 담고가고자 어학원 수업이 끝나면 열심히 돌아다녔습니다.

돌아다닐수록 느낀건 생긴건 다르지만 똑같은 사람이구나.. 문화는 다르지만 역시 아시라권이라 한국하고 통하는게 많구나..라고 느꼈어요. 사는게 힘든건 한국이나 필리핀이나 똑같겠죠. 사기꾼 범죄자 넘치는건 세계 어느 구석을 가도 그럴거구요..

전 그냥 필리핀의 모든 모습들이 좋더라구요..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나름대로 살아가며 패치워크처럼 각각의 천조각들이 서로 맞춰지고 크게는 조화되고 보듬은 모습들.. 과거와 현재, 서양과 동양의 문화가 어째보면 어색해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는 필리핀..

어떤 분들은 필리핀 문화가 야만적이다, 무지하다, 더럽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이해합니다. 피할수 없는 가난은 사람을 절박하게 만드니 생길 수 밖에 없었던 사상과 관습..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서.. 시내를 걷다 본 경찰에게 쫒기는 십대 아이들, 신발도 못신고 구걸해야하는 아기들, 가족들을 위해 몸을 팔아야하는 여성들, 대학을 졸업해도 부족한 일자리.. 모두 유감이죠. 그럼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절박하게 살아지고, 음악처럼 사랑하는 필리핀인들이 많더라구요.

혹시..나도 모르던 내 자신이 필리핀에 와서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더 부유해보이고 더 잘난사람처럼 느끼나?라고 조심스럽게 생각도 해 봤어요.. 흠...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전 가난한 그들과 나누고 부대끼며 살아가고싶은 마음이 더 크니까요.. 제가 상류층이 되고싶다, 나은 사람으로 보이고싶다라는 마음은 언제 어디서도 없었어요. 전 필리핀 사람도 아닌데 골똘하게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더 나은 필리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생각.. 매연을 줄이면 생활하는게 더 나아질텐데.. 복지에는 왜 투자를 안할까 이런생각..

제가 필리핀에 또 갈 수 있는 기회가 죽을때까지 생기지 않아도 혼자 마닐라에서 바기오에 가는 밤차를 기다리며 했던 생각들... 고속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봤던 사람들, 풍경들, 들판, 마닐라 지프니의 매연섞인 바람, 따갑지만 젊었던 햇빛, 소유하고싶었던 풍경들.. 필리핀을 떠나며 앓았던 향수병.. 저에게 첫사랑같은 나라네요..필리핀은... 어떤 사랑을 해도 이렇게 열뜨고 설레고 그립고 아파할 수 있을까요?

그냥 필리핀에 가고싶다는 생각만으로 이런 글 올리면 많은 분들이 바보같고 철없다고 하시겠죠..

그래도 어쩝니까...제 마음이 끌리는걸..자석처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