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이 처음 김장훈을 만났을때 그는 정말 고독한 짐승 같아 보였다고 한다. 초췌한 얼굴. 표정 없는 얼굴. 생기를 잃어버린 눈동자. 그럼에도 목소리 하나만큼은 살아있었다는 김장훈의 노래는 그래서 고약하고 지독했나보다.

언젠가 박상민이 라디오스타에 나와 이런 말을 했다. 기부천사 김장훈의 기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냐고. 솔직히 말해 "내가 더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든다는 솔직한 박상민의 말에 웃으면서도 기부를 돈의 가치로 따질 수는 없는 거겠지만 사실 김장훈정도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장담하고 싶었다. 김장훈은 기부를 하기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라 살기 위해 기부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김장훈이 기부를 하고 자신은 돈이 없어 세를 들어 산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사실 처음 언론에 김장훈의 기부 사건이 노출 되었을때 그가 20억 남짓의 기부를 했다는 사실에 스튜디오에 있던 한 엠씨의 순간 터져나온 놀라움처럼 "20억이나 있었어?" 하는 생각이 더 먼저 들었던 세속적인 필자로서는 그게 한번의 쇼맨십으로 끝날줄 알았던 것이다. 20억이라는 액수에 쇼맨십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미안하지만. 너무 많이 했으니 이제는 그만할줄 알았다.

하지만 최근 김장훈이 밝힌 놀랍도록 고독한 기부의 진실을 알고보니 이 사람은 정말 기부를 하기 위해 사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부와 나눔행사로 생긴 빚이 무려 7억. 그것을 갚기 위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밤업소까지 전전한다는 그는 "그럼에도 행복하다" 라고 외친다. 여기에 네티즌의 오지랖이 발동 되었다. 다른 가족들도 어렵게 사는 것 같던데. 그 돈으로 자기도 돌보고 가족도 돌보지. 왜 그렇게 도를 넘는 기부를 하나.

물론 필자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고맙지만 너무 도를 넘은 것은 아닌가.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그가 대단하고 숭고하게 느껴지나 이러다 정말 큰일 나는 것은 아닌가. 먼저 자신을 챙기고 남은 것으로 남을 돕는 것이 기부의 개념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김장훈의 선택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극장에서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울면서 잠이 들던 그를. 항상 유쾌하고 밝고 해맑아보였던 그에게서 찾을 수 없었던 비련함이었다. 그는 기부를 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기부를 한다. 남을 돕고 그 도움으로 얻어지는 충만함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김장훈. 그에게 기부란 그리고 남을 돕는 것이란 그 미소로 얻을 수 있는 가치란 자신을 돌보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에서는 얻을 수 없는 억만금의 기쁨인듯했다.

그래서 그는 기부를 한다. 살기 위해서. 벌어놓고 그 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젠 기부를 먼저 하고 후에 그 돈을 갚는 기이한 형태로까지 변이되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말에 김장훈의 심정을 빌어 이런 생각을 해보고 싶다. 마음이 약해지지 않기 위해 그리고 더 큰 목표를 세울 수 있기에 먼저 목표를 던져놓고 그에 맞는 돈을 벌어들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혹여 약해질 마음을 잡기 위해 먼저 기부를 던져놓는 것이 그의 최선이 아니겠는가라고.

내가 생각하는 삶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가 아니라면 우리가 그에게 그 삶을 이리저리 살아라고 재단을 할수는 없는 문제다. 분명히 김장훈의 기부는 무모하고 거칠고 걱정까지 들지만 그렇다고해서 우리가 김장훈에게 비난을 하고 돌을 던지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 연예인의 기부는 정말 해도 문제고 안해도 문제다. 내가 김장훈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가 억억 소리 나는 돈을 기부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가치를 타인을 돕는데서 얻을 수 있는 그 충만함 때문이다. 얼마나 숭고하고 거룩한 정신세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