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세계복싱기구, 새 심판들에게 채점 맡길 계획


"현행 제도 개선 위한 것…판정 번복은 없다"

세계복싱기구(WBO)가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필리핀의 권투 영웅 매니 '팩맨' 파퀴아오의 웰터급 타이틀 매치를 재채점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기구는 이번 조처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현행 채점 제도의 개선을 위한 것일 뿐, 이미 확정된 경기 결과를 바꾸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3일 세계복싱기구가 파퀴아오의 '논쟁적인 경기'를 5명의 새로운 심판들에게 재채점(re-score)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권투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파퀴아오는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그랜드호텔 특설링에서 열린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타이틀 매치에서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미국의 티모시 브래들리 주니어(28)에게 1-2의 판정패를 당했다.

프란시스코 발카르셀 회장은 "뉴저지, 코네티컷,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5명의 심판이 (비디오 판독을 통해) 경기를 재채점한 뒤 그 결과를 18일까지 세계복싱기구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카르셀 회장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권투의 규칙 제정과 경기 결과 기록을 담당하는 복싱커미션협회(ABC) 관계자들을 만나 중요한 시합의 경우 심판수를 현행 3명에서 5명으로 늘이도록 설득할 예정이다. 세계권투협회는 파퀴아오의 경기 때 20명의 심판을 추천했지만 모두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판을 선임한 것은 이번 경기를 주관한 복싱커미션협회의 지역 기구인 미국 네바다주 경기협회였다.

그러나 필리핀인들의 기대와 달리 세계복싱기구는는 브래들리의 승리로 끝난 경기 결과를 번복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발카르셀 회장은 "우리는 여기서 부정이나 부패의 결과를 찾으려는 게 아니며 판정 논란은 그의 책임도 아니다"며 "우리는 브래들리의 벨트를 빼앗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