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이 똘똘 뭉쳐 대중 공동전선을 형성할 조짐이다. 베트남과 필리핀 등 아세안 회원국들은 9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시작되는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및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에서 중국의 영토갈등에 공동대응한다는 원칙하에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ARF회원국들은 13일 발표될 ARF공동성명에 "(중국 측에) 최대한의 자제와 평화적 사태 해결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넣기로 의견을 모았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ARF회의 참석차 프놈펜을 방문, 이 같은 아세안국가들의 행보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는 아세안 국가들이 미국의 힘을 빌어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9일 동남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27개 ARF 회원국들은 13일 회의폐막 때 분쟁당사국들에게 "최대한의 자제와 평화적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아세안 창설 멤버인 필리핀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중국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ARF 공동성명에는 당초 황옌다오(黃巖島·영어명 스카보러 섬) 분쟁 사태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었으나 조율 과정에서 명시적으로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명 문안에는 '모든 분쟁당사국들'로 표현돼 있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셈이다.

클린턴 국무장관도 최근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필리핀에 대한 확고한 지지 입장을 공개 천명한 데 이어 10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해 공조를 과시할 예정이다. 클린턴 장관은 베트남 방문기간 중 팜 빈 밍 베트남 외교장관과도 회동을 가질 예정인데 이 같은 행보는 난사군도(南沙群島·스프래틀리제도)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베트남을 우회적으로 지지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2010년 클린턴 국무장관이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 미국 국익과 직결된다'며 개입을 선언하고 나선 데는 동남아국가들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최근 상황도 동남아국가들이 미국의 힘에 의지해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군사적 부담과 중압감을 이겨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박세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