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입니다..

자꾸 딴생각이 막, 막, 막납니다...

 

아.. 저는 말라떼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작년 11월에 여기 와서 옆도 안보고 ,

곁눈질을 할수 없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 왔는데...

 

외로움은 내 상황에서는 ' 사치 '라고,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 비겁한 변명 '이라고,

' 후회 '같은 것은 개나 줘버리라고,

돌아보며 한숨짓는 것은 이미 ' 진 '것이라고,

그리고,

' 한번 시작한 싸움은 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 '라고 나를 다그치며 살아온 ,

어찌보면 아주 짧은,

그렇지만 치열했던'

몇개월의 필리핀 생활...

 

' 어떻게 할 것인가 '만 생각하면서 겪어낸 짧은 시간이 지나고,

' 이제 어떻게 더 크게 만들 것인가 '를 고민하는,

지금,

자꾸 딴생각이 납니다....

 

이른 아침,

레오날드바의 흥겨운 음악과 필센의 상쾌함도,

밀려오는 헛헛함을 채우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눈이 마주칠때마다 웃어주는 천사같은 필리피노들의 미소도,

먹먹해지는 가슴을 더이상 따뜻하게 만들어 주지 못하고.....

 

' 이제 어떻게 더 크게 만들것인가' 만을 고민하기에도,

이미 내 머리속은 마닐라 시내의 교통체증같은데,

그 체증 사이를 누비는 필리피노들의 오토바이들처럼,

' 딴 생각 '들이 어느새 머리속을 휘집고 있습니다....

 

큰일입니다....

 

맑은 하늘 아래 살랑거리는 마닐라 베이의 바람의 간지러움도,

태안반도 신진도리 부두의 비릿한 바다 바람만 못하게 느껴지고,

맑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볕 아래 리잘공원의 한가로움도,

에버랜드의 웅성거림과  롯데월드의 복잡함만 못하게 느껴지고,

마까파갈 해산물 요리의 향긋함도,

속초 동명항 좌판 횟집의 그것만 못하게 느껴지고,

민도르 화이트 비치, 발바닥을 간지르는 흰모래의 설레임도,

강원도 낙산 해수욕장의 그것보다 못하다 느껴지고,

그리고,

그리고,

롯데월드 ' 파라오의 분노 '의 울렁거림도,

제주도 우도 ' 사빈백사'의 버석거림도,

아산 음봉 시골집이라는 상호의 식당  ' 보신탕' 의 얼큰함도,

제주 모슬포항 해녀식당 ' 자리물회 '의 개운함 도,

두물머리 상류 북한강변에 앉아서 바라보는 낚싯대 끝 찌의 ' 흔들거림 ' 도,

인사동 피맛골 입구 전봇대집  ' 고갈비 '의 비릿함도,

과천 어린이 대공원 동물원앞  펼치고 앉았던 3000원짜리 ' 야외용 돗자리 ' 위의 한가함도,

지리산 노고단에서 맞는 ' 겨울비 '의 추적거림도,

가평 어느 밤나무 숲에서 밤줍다 만난 통통한 ' 밤벌레 '의 꼬물거림도,

모두가,

모두가 막 생각납니다.....

 

엄마도 보고싶고.....

 

큰일입니다...

 

스스로에게 외칩니다

' 나보고 어쩌라고 !!!!!!!!! '

 

오늘도 밤을 넘어 새벽을 향해 가는 시계 바늘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 난 어찌해야 하나 ???? '

 

안녕히들 주무십시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