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게도 지프니에 가방을 두고 내려서 가방 안에 있던 여권 지갑 카메라 등을 분실하였습니다. 경찰서에 신고해도 아무 소용 없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비자 재발급 때문에 경찰의 확인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경찰서에 가게 되었습니다. 지프니에서 내린 곳의 관할 경찰서에 가보니 규모가 한국의 파출소 보다 작았습니다. 알고 보니 바랑가이 담당 파출소였던 겁니다.

가방을 잃어 버려서 신고하러 왔다고 하니 출입구 근처에 앉아 있던 경찰이 이름 주소 국적 분실한 소지품 등을 묻고 메모지에 적고 있는데 뒤에 앉아 있던 경찰이 와서 똑 같은 걸 또 물어보더니 하는 말 Are you sure? How can you lose your bag? It’s always with you. 그러면서 서류는 안 해주고 이것저것 꼬치꼬치 묻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돈을 바라는 눈치였지만 안 주고 계속 있으니 변호사 공증을 먼저 받아서 다시 오라고 하더군요

시청 부근 변호사 사무실에 가니 200페소 받고 바로 진술서 (Affidavit of Loss)를 만들어 주더군요. Dl 서류를 들고 이번에는 시청 옆 큰 경찰서에 갔더니 자기들 업무가 아니라고 바랑가이 경찰서로 가라고 하더군요. 시청 근처 파출소에 갔습니다. 이 곳 경찰들도 똑같이 이것저것 쓸데없는 것까지 꼬치꼬치 물으며 시간을 끌더니 노골적으로 돈을 달라고 하더군요. 한국 사람을 봉으로 알고 하는 짓이라 안 주려고 다 잃어 버려서 없다고 대답하니 조금이면 된다고 애원하길래 할 수 없이 200페소 주었습니다. 또 증명서(Certification) 발급비용으로 바랑가이 사무소에 가서 45페소를 냈습니다.

돈 안주고 일을 처리하려고 마음먹고 갔는데 결국 주고 말았네요. 얼마 안 되는 돈이었지만 경찰이 직접 돈을 달라고 하는 걸 보니 필리핀의 부패가 얼마나 심한지 피부로 느꼈습니다. 여러분들 소지품 간수 잘 하시고 절대 잃어버리지 마세요. 혹시나 가방 주운 사람한테 연락 올까 일주일을 기다려도 감감 무소식이네요.